낮에도 밤에도 알록달록한 도시

After 5pm: 빛의 무대가 되는 밤,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

겨울밤은 검은 잉크로 물들인 도화지처럼 깊고 진하다. 얼핏 검은 바닥에 무엇을 더 칠할 수 있으랴 싶건만, 빛을 다루는 사람들은 사위가 새까맣게 물드는 겨울이 제철인가 보다. 서울부터 암스테르담(Amsterdam)까지 겨울을 맞은 도시는 마음껏 빛 축제를 연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Amsterdam Light Festival)’은 유서 깊은 조명 축제 중 하나다. 지금의 이름으로 개최되기로는 올해가 여덟 번째, 시기로 따지자면 2012년이 처음이지만 이 축제의 태동은 1929년 10월이었다.

암스테르담을 포함한 유럽의 대도시에서 조명 예술에 관심을 보이던 시기에 열린 ‘에디슨 라이트 위크(Edison Light Week)’가 그것. 빛이 내린 깊은 밤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운하에 빛을 비추었고 그러다 2012년,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빛 축제의 정체성이 확립됐다. 새로운 영감과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비추고 싶은 조명 예술가들에게 암스테르담의 겨울밤이 너른 캔버스가 되어준 것이다.

축제조직위원회는 매년 한 가지 테마를 정하고 전 세계 조명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한다. 올해의 주제는 ‘디스럽트(Disrupt)’다. ‘방해하다’, ‘파괴하다’, ‘혼란을 주다’ 등으로 번역되는 이 말은 부정적인 느낌을 전하지만, 혼란은 때로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도 한다. 고정된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토론을 유발하며,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공명한 전 세계 조명 예술가들이 올해도 650여 개의 작품을 출품했고 이 중 16개국 20명의 유명 예술가 작품이 암스테르담의 운하와 거리에 설치됐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 조명 예술팀의 작품, ‘리마인드 을지로 프리덤’도 있다.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제8회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은 올해 11월 28일부터 2020년 1월 19일까지 아티스 동물원(Artis Zoo)과 오스테르독(Oosterdok), 암스텔강(Amstel Rivier)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모든 작품이 동시에 점등된다.

Before 5pm: 튤립을 닮아 알록달록한 도시 탐험

축제 기간에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이들은 마음이 바쁘다. 신데렐라의 자정처럼, 작품이 점등되는 오후 5시를 자꾸 떠올리게 되니까. 교외로 나갔다가 돌아오기에는 부담스럽고, 이럴 때는 도시 탐험이 상책이다. 게다가 어디로 시선을 던져도 그림 같은 ‘바로 그’ 암스테르담이 아닌가.

암스테르담 탐험은 암스테르담 중앙역(Amsterdam Centraal Station)에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을 포함한 도시의 모든 곳을 연결해주는 중앙역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웅장한 붉은 벽돌 건물을 정면에서 보면 양쪽으로 탑 두 개가 보인다. 탑마다 대형 시계처럼 생긴 것이 있는데, 왼쪽의 것은 현재 날씨와 바람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오른쪽 탑에 있는 것이 진짜 시계다. 왼쪽 것의 바늘만 얼핏 보고 시간을 헷갈리지 말기를.

중앙역에서 남쪽으로(어차피 위쪽은 물길로 막혀 있다) 걸어 10분 정도 가면 담 광장(Dam)이 나온다. 이 광장 주변으로 왕궁과 신교회 등 주요 명소와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각종 이벤트가 진행돼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매년 1월 중순이면 광장을 임시 정원으로 꾸며 약 20만 송이의 튤립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 ‘튤립의 날(Nationale Tulpendag)’ 행사가 열린다. 2020년 튤립의 날은 1월 18일이다.

역과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를 둘러보고 나니 슬슬 다섯 시가 다가온다. 도시에는 아직 둘러보고 싶은 곳이 많고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 작품도 놓칠 수 없다면, 운하 보트 투어가 훌륭한 해결책이 되어 줄 것이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알록달록한 집과 건축물을 눈에 담으며, 해가 진 후에는 주변의 조명 작품도 감상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운하 투어 정보는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tip.
제8회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은 2019년 11월 28일부터 2020년 1월 19일까지 열린다.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작품이 설치되는 주요 지점과 부대행사 정보를 제공한다.
ㅇ 공식 홈페이지: amsterdamlightfestival.com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을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지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암스테르담_ 주 4회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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