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예술그리고도시] 멕시코 과나후아토
2019.10.07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오늘을 사는 돈키호테들의 도전과 낭만_ 과나후아토

피필라 언덕에서 바라본 과나후아토 전경. 알록달록한 풍경 안에서도 샛노란 바실리카 성당과 새하얀 과나후아토 대학이 한눈에 들어온다.
피필라 언덕에서 바라본 과나후아토 전경. 알록달록한 풍경 안에서도 샛노란 바실리카 성당과 새하얀 과나후아토 대학이 한눈에 들어온다.

꿈꾸고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축제, 세르반티노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쉰 살이 넘어서야 기사가 되겠노라 결심한 남자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명하더니 풍차를 향해 돌진했다. 주변에선 그를 두고 이상하다 수군거렸지만 돈키호테는 말한다. 자신은 계속 꿈을 쫓아가겠노라고.

'세르반티노'라는 이름은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에서 따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조형물, 그리고 2018년 축제 모습
‘세르반티노’라는 이름은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에서 따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조형물, 그리고 2018년 축제 모습

매년 10월, 멕시코 중부 도시 과나후아토(Guanajuato)는 오늘의 돈키호테들에게 기꺼이 무대를 내어준다. ‘세르반티노 인터내셔널 페스티벌(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이하 FIC)’이 바로 그 무대다. ‘세르반티노’라 줄여 부르기도 하는 이 축제는 이름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소설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의 이름에서 따왔다.
1953년 과나후아토 대학생들이 시내 광장에서 세르반테스의 막간극을 공연한 것이 축제의 시초였다. 10분 이내의 짧은 극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큰 인기를 끌었고, 매년 세르반테스에게 헌정하는 다양한 연극 작품이 더해지면서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72년 막간극 공연의 전통을 이어받은 제1회 FIC가 열렸다.

(왼쪽부터) 2019년 FIC 포스터와 연극 공연인 <Theater Tol>.
(왼쪽부터) 2019년 FIC 포스터와 연극 공연인 <Theater Tol>.

초창기에는 연극 공연이 주를 이뤘으나 해를 거듭하며 무용, 미술, 행위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게 됐다. 막간극과 에스파냐어 연극으로 축제의 전통을 이어가는 한편, 현대 예술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 축제는 미국 포크송,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음악가들을 초청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며 돈키호테의 정신을 이어간다.

특히 2000년부터 매년 한 개 또는 복수의 국가와 멕시코의 한 지역을 특별 초청 지역으로 선정했는데, 특별 초청 국가로 선정되면 해당 국의 더 많은 예술가들이 공연을 할당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축제 후 멕시코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에 큰 영예로 여겨진다. 올해 FIC의 주제는 이주(Migrations), 특별 초청 국가는 캐나다이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돈키호테 분장을 한 배우들이 거리를 누비고, 서커스와 재즈 등 장르 구분 없는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과나후아토의 아름다운 광장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은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고양하는 멋진 예술 공간이 되어준다.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과나후아토의 광장과 골목은 축제 기간 내내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고양하는 멋진 예술 공간이 되어준다.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과나후아토의 광장과 골목은 축제 기간 내내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고양하는 멋진 예술 공간이 되어준다.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과나후아토의 광장과 골목은 축제 기간 내내 예술적 감수성을 한껏 고양하는 멋진 예술 공간이 되어준다.

은광을 기반으로 아름답게 번영한 도시

멕시코 고원에 자리한 과나후아토에는 각양각색의 건물이 가득하고 다채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다. 좁은 산골짜기 지형을 따라 아기자기한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가 하면, 웅장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이 장관을 이룬다. 이는 지형과 자본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이다.

작은 마을이었던 과나후아토를 채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 등은 16세기 은광 개발과 맞물린 번영의 시대가 준 산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나 FIC의 주요 공연장인 테아트로 후아레스
작은 마을이었던 과나후아토를 채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 등은 16세기 은광 개발과 맞물린 번영의 시대가 준 산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FIC의 주요 공연장인 테아트로 후아레스

산골짜기의 작은 도시였던 과나후아토는 16세기에 은광이 발견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크고 화려한 건축물은 대부분 이 번영의 시대에 지어졌다.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도시와 광산 지대가 198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이때 FIC의 주요 공연장인 테아트로 후아레스(Teatro Juárez)와 함께 19세기의 극장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다.

테아트로 후아레스 맞은 편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우니온 정원(Uuión Garden) 그리고 발렌시아 은광

좁다란 골목길부터 유서 깊은 과나후아토 대학까지 도시 전체, 건물 대부분이 아름다운 볼거리라 이 도시가 낯선 여행자들은 동선을 짜느라 행복한 고민을 할지 모른다.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땐 마리아치(Mariachi)의 일종인, 전통 의상을 입은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거리의 악사 ‘카예호네아다(Callejoneada)’를 따라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

중세 복장을 한 이들에게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애틋한 사연이 깃든 일면 ‘키스 골목(Callejón Del Beso)’을 비롯한 구시가지의 명소를 함께 돌며 연주와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생 마리아치라 할 수 있는 카예호네아다를 따라나서면 구시가지의 각종 명소를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를 곁들이며 감상할 수 있다. (왼쪽부터) 과나후아토의 마리아치 그리고 폭이 좁아 골목이나 테라스에 올라 연인과 키스를 할 수 있는 일명 키스 골목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생 마리아치라 할 수 있는 카예호네아다를 따라나서면 구시가지의 각종 명소를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를 곁들이며 감상할 수 있다. (왼쪽부터) 과나후아토의 마리아치 그리고 폭이 좁아 골목이나 테라스에 올라 연인과 키스를 할 수 있는 일명 키스 골목

구시가지 골목길을 구경하며 위로 올라가면 피필라(Pípila) 언덕에 이른다. 언덕의 전망대에 서면 샛노란 바실리카 성당(Parroquia de Basílica Colegiata de Nuestra Señora de Guanajuato)부터 하얗고 거대한 과나후아토 대학, 이를 둘러싼 골짜기의 작고 알록달록한 건물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샛노란 컬러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바실리카 성당과 과나후아토 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달고(Hidalgo) 시장
(왼쪽부터) 샛노란 컬러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바실리카 성당과 과나후아토 시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달고(Hidalgo) 시장

tip.
제 47회 2019 FIC은 10월 9일부터 27일까지 과나후아토 전역에서 열린다. 공식 사이트에서 주요 공연 일정과 장소 확인, 티켓 예매를 할 수 있다.
ㅇ 공식 사이트: http://www.festivalcervantino.gob.mx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을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지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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