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IP] 영문운전면허증
앞 뒤 말이 다른 영문운전면허증,
가뿐해진 해외 자동차 여행
기차나 버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교통비가 절약된다. 이처럼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많지만 문제는 해외에서다. 핸들을 잡기까지 행정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 다행히 이제 영문운전면허증이 생겼다. 발급 과정도 간편해졌다.
일 년에 한 번씩 챙겨야 했던 국제운전면허증
지금까지 외국에서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했다.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는 나라는 제네바 협약에 가입된 97개국으로, 출국 전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해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아 와야 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1년. 매년 수수료를 지불하고 재발급받아야 했기에 해외 출장이 잦거나 여행을 자주 떠나는 이들에게는 꽤 불편한 제도였다. 영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국내 운전면허증만 소지해도 일정 기간 운전을 허용하는 편의를 제공하긴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면허증에 한글만 표기돼 대사관에 영문 번역본을 신청하고 공증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여행지에서는 국내 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어야 차량 이용이 가능했다.
갱신이든 신규든 손쉽게 한 번이면 충분, 영문운전면허증
지난 9월 16일부터 영문운전면허증 발급이 시작됐다. 영문운전면허증은 전국 운전면허시험장과 경찰서 민원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1만 원. 국내 전용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이 7,500원이니 2,500원만 추가하면 된다.
필요한 것은 기존 운전면허증과 신분증명서,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여권용 컬러 사진이다.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려는 사람은 응시원서 운전면허증 ‘발급 방법’란에 ‘영문’을 체크해 신청하면 된다.
새롭게 발급하는 영문운전면허증의 앞면은 기존 운전면허증처럼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사진 등 관련 정보가 담긴다. 그리고 뒷면에는 영문으로 운전자 정보가 표기되는데 해외에서도 별도의 설명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운전 가능한 차의 종류를 국제 기준에 맞는 기호로 표시한다. 종전에는 운전면허증 뒷면에 기재 사항을 변경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내야 했지만, 1999년 기재 사항 변경 의무가 폐지되면서 활용도가 낮아진 뒷면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33개 나라에서 즉시 사용 가능
발급받은 영문운전면허증으로 바로 운전이 가능한 나라는 현재(2019년 11월 기준) 33개국이다. 즉시 사용 가능한 국가에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괌, 북마리아나 연방 등 자동차로 여행하기 좋은 국가가 포함돼 있다. 유럽의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빠져 있어 아쉽긴 하지만, 추후 제네바 협약국을 대상으로 협의를 거쳐 점차 적용 국가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자.
* 영문운전면허증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 (2019.11월 기준)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바누아투, 부탄, 브루나이, 솔로몬제도, 쿡아일랜드, 파푸아뉴기니, 캐나다(누나부트 준주(Nunavut)를 제외한 12개 주), 괌, 코스타리카, 페루, 도미니카공화국, 트리니다드토바고, 니카라과, 바베이도스, 북마리아나 연방(사이판, 로타 등), 세인트루시아, 영국,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일랜드, 터키, 리히텐슈타인, 키프로스, 오만, 카메룬, 르완다, 나미비아, 라이베리아, 부룬디
떠나기 전, 달리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
영문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할 수 있는 기간은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 3개월 미만이다. 장기 체류 시 해당 국가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사용 기간과 요건은 국가마다 다르니 출국 전 대사관에 확인할 것.
또한 영문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국가로 출국할 경우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함께 소지해야 한다. 국가별로 영문운전면허증의 사용 기간이나 사용 조건(여권 소지, 추가 서류 지참)이 다를 수 있으니 출국 전 반드시 여행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별도의 사용 요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글_ 이미선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는 용역 라이터. 여행 전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 과거에는 여행하면서 감정을 메모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행이 직업이 된 이후에는 여행지의 소리를 녹음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