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모님 동반 여행을 원한다면 주목!
‘꽃보다 부모님’ 실행 전 필독 사항

‘걸어서 환장 속으로’가 되지 않으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무탈하게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법을 공개한다. 자고로 가화만사성이라 했다.

항공기는 경유보다 직항

스톱오버가 보너스 여행처럼 느껴지는 젊은 세대와 달리 해외여행이 익숙지 않은 부모님이라면 버스도 아닌데 왜 환승을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물음 속에는 약간의 불안과 의심이 포함된다. 불안이 분노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비행시간이 4시간만 넘어가도 갑갑함에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로 부모님은 인내심이 크지 않다.

여행 시작부터 옐로카드를 받느니 직항을 타는 것이 좋다. 밤 비행기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숙박비를 절약하고 여행지에서 시간을 최대로 사용하기 위해 밤 비행기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달리 부모님은 무조건 도착하면 식사부터 하고 한두 시간은 쉬어야 체력이 회복된다. 비용을 조금 아끼려다 하루를 통째로 날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숙소는 조식 포함 호텔로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있는지 부모님에게 알려드리고 싶더라도 참자. 숙박 공유 시스템인 에어비앤비는 “왜 남의 집에서 잠을 자느냐”며 핀잔 듣기 좋고, 색다른 분위기에서 쉬면서 힐링하게 해드리겠다고 도시 외곽의 농가 주택이나 로지를 예약하면 “무서우니 집에 가겠다”고 하실 수도 있다.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숙소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부모님과 여행할 때 가장 이상적인 숙소는 3성급 호텔이다.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의 경우 4성급도 노려볼 만하다. 기왕이면 조식 포함 호텔이 좋다.
잊지 말자. 부모님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순간, 나는 잘해야 본전인 비공인 가이드일 뿐이라는 것을. 조식을 호텔에서 주지 않으면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 챙겨야 하는 상황이 온다.

열 걸음 이상 걷게 하는 것은 금물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보고 나의 부모님은 그 프로그램 출연자들보다 젊으니 유럽 여행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렌터카로 여행하더라도 유럽의 구도심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거나 주차가 곤란한 곳이 많다. 그렇다고 살인적인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탈 수도 없는 일.

여행지를 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 중 하나가 바로 날씨와 도보 이동 거리다. 만약 부모님 연세가 60대 중반이 넘는다면 날씨에 상관없이 열 걸음 이상 걷게 하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주말마다 산행을 하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산과 낯선 도시는 체감 피로도가 완전히 다르다. 한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할 때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고 허기지지 않도록 종종 간식을 챙겨 드려야 한다.

굿바이 나이트라이프

본디 야시장이란 구매하기 위한 시장이라기보다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고 주전부리하는 곳이고, 라운지 바는 무언가를 마시기 위한 곳이라기보다 그 지역의 밤 문화를 간접 체험하기 위한 곳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해가 지면 무법천지가 되는 줄 아시는 경우가 많다. 치안이 불안한 도시라면 해가 진 후 외출할 경우 납치나 강도를 당할 거라고 무시무시한 상상도 하신다. 따라서 나이트라이프는 포기하는 것이 좋다.

창문이 없어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백화점이나 심신이 노곤해져 시간을 가늠하고 싶지 않은 스파는 열외가 될 수 있다. 도저히 나이트라이프를 포기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백야를 찾아 한여름에 북극 근처로 여행하는 수밖에.

데이 투어 상품 적극 활용

지지리 궁상으로 도미토리에서 자면서 눈물 젖은 바게트를 뜯어 먹으며 초라하게 여행한 나와 달리 부모님은 친구들과 럭셔리 패키지로 여행 다닌 경험이 훨씬 많다. 관광이 끝나면 에어컨이나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진 전용 차량이 모시러 오고, 관광지 앞에 도달했으나 변덕이 나서 급격하게 관광 의지가 꺾일 경우 가이드의 보호 아래 쉬어도 괜찮았을 거다.

편의에 대한 고마움을 팁으로 표시하는 것이 익숙한 부모님과 여행할 때 자유 여행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행 사이사이 데이 투어 상품을 활용해 하루쯤 가이드 역할을 전문가에게 양보해도 좋다.
데이투어 상품은 근교 도시를 여행할 때 유용하다. 같은 루트를 이동하더라도 상품에 따라 차량 종류, 포함 사항 등이 다르므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식 섭취량을 체크할 것

해외 대부분의 도시에서 한식은 현지 여행자 물가에 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일주일 이하의 단기 여행에서 한식을 먹는다는 것은 대단한 사치로 여겨왔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틀만 한식을 포기해도 향수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즉석 밥과 볶음 고추장, 컵라면, 누룽지, 깻잎 통조림 등의 비상식량과 별개로 이틀에 한 끼는 한식을 먹는 게 좋다.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방전됐던 부모님이 김치찌개 한 그릇에 자양강장제를 드신 듯 슈퍼 파워를 뽐내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음식이 아닌 한국어가 고프셨던 건 아닌지 체크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글_ 이미선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는 용역 라이터. 여행 전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 과거에는 여행하면서 감정을 메모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행이 직업이 된 이후에는 여행지의 소리를 녹음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여행TIP] 시리즈 더 보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