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여행트렌드]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치유의 성지, 스위스
2024.08.27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스위스 자연 이미지 배경, SWITZERLAND 표기

괴테와 니체는 왜 스위스로 떠났을까?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가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와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두 거장은 몸이 지치고,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져 치유가 절실해지면 스위스로 향했습니다.

그들에게 스위스는 치유의 성지였습니다. 괴테는 바이마르 궁정의 압박에서 벗어나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의 문학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았으며, 만성 편두통을 비롯해 건강 문제가 있었던 니체는 스위스를 제2의 집이라 할 만큼 자주 머무르며 자신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일생일대의 작품을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괴테는 스위스 라이헤나우(Reichenau) 고산 지대에서 하이킹을 하며 자연 속에서 정신적인 충전을 얻었는데, 당시 경험들은 그의 작품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이탈리아 기행> 등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스위스 라이헤나우(Reichenau)
스위스 라이헤나우(Reichenau)

라이헤나우는 스위스 그라우뷘덴(Graubünden) 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힌터라인 강(Hinterrhein)과 포더라인 강(Vorderrhein)이 합류하는 부근에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의 조국 독일에도 라이헤나우라는 지명의 섬이 있는데, 이곳은 바덴-뷔르템베르(Baden-Württemberg) 주의 보덴호(Bodensee 또는 Lake Constanc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철학 사상으로 유명한 니체는 그의 철학적 사유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만성 편두통과 여러 건강 문제로 평생 싸워야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치유가 되어준 곳이 스위스 실스 마리아(Sils Maria) 입니다.

그는 1880년대에 수시로 실스 마리아에 머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의 사상과 철학 연구를 이어 나갔습니다. 당시 집필한 작품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인데, 이때의 니체는 실스 마리아의 고요한 산과 호수를 바라보며 영원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기록할 만큼 그 곳에서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괴테와 니체에게 스위스는 치유, 그리고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결국 자연에 답이 있다

스위스 로이커바트(Leukerbad)
스위스 로이커바트(Leukerbad)

왜 스위스가 치유의 성지인지 그 해답을 찾으려면 유서 깊은 스위스 온천 마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알프스 산 봉우리 마테호른(Matterhorn)이 있는 발레(Valais)주 고지대에 위치한 로이커바트(Leukerbad)는 괴테와 모파상, 뒤마 등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았던 온천 마을입니다. 목욕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로마인들이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정통 알파인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온천풀이 22개 정도 있습니다.

도시와 멀리 떨어져 시간이 멈춘 듯한 울창한 숲속에서 나무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산골짜기를 내려 흐르는 시냇물 소리만을 배경음악 삼아 로이커바트 온천수에 몸을 담고 있으면, 온갖 근심이 사라지는 마술을 경험할 정도라고 하니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스위스 바트 라가츠(Bad Ragaz)
스위스 바트 라가츠(Bad Ragaz)
스위스 발렌제(Walensee)

스위스 발렌제(Walensee)


라인강 계곡의 피졸(Pizol) 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바트 라가츠(Bad Ragaz)는 스위스 아동 문학 작가 요한나 슈피리(Johanna Spyri)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집필한 장소이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온천 마을 중 하나입니다. 이 곳의 온천수는 섭씨 37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풍부한 탄산수소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 플루오르 덕분에 치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장 깊고 깨끗한 호수라는 발렌제(Walensee)와 추르피르스텐(Churfirsten) 산맥도 바트 라가츠의 자랑입니다. 여름이면 보트를 타거나,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운행하는 케이블 카를 타고 호수 위를 오르며 추르피르스텐 산맥의 웅장함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사메단(Samedan)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알프스 동부 엥가딘(Engadine) 계곡에 자리잡은 숨겨진 보물입니다.

전통 알프스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한 편의 동화 속 마을 같은 사메단은 지구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오는 미네랄 온천수로 유명한데, 피부 질환, 관절염, 근육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년 중 322일 햇살이 비추는 좋은 날씨 덕분에 계절 관계없이 항시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여름에는 하이킹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마을 주변 30여 개의 하이킹 코스들을 가득 채우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스위스 사메단(Samedan)
스위스 사메단(Samedan)

이 외에도 엥기아디나(Engiadina) 고산 하이킹 코스와 자전거, 산악 등반, 노르딕 워킹 코스, 인라인 스케이트 코스까지도 준비되어 있어 온천이 아니더라도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들려볼 만한 곳입니다.

자연에서 찾은 치료제, 스위스 허브

스위스가 치유의 성지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허브입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치유 효과가 있는 허브들이 자라기 때문에 수 세기 동안 자연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목 캔디로 유명한 리콜라(Ricola)도 알프스 산에서 재배된 13가지 허브로 만들어졌다고 하지요. 근육통 완화 연고나 크림에 주로 사용되는 아르니카(Arnica montana)도 스위스 허브 중 하나입니다. 알프스 상징인 에델바이스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스킨케어 제품에 자주 사용되는 허브이며, 피부 탄력 개선과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알파인 로즈, 우울증과 불안 및 경미한 상처 치료에 좋은 세인트 존스 워트, 불안과 수면 및 소화 장애 완화에 도움을 주는 레몬 밤 등도 스위스 허브입니다.

9 스위스에 핀 꽃

한편 스위스 천혜의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치유의 힘이 있기에,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먼저 허브 테마 트레일(Herb Theme Trail)은 상쾌한 산 공기를 마시면서 산길을 따라 걸으며 스위스 허브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들이 있습니다. 그 중 로제그 계곡(Roseg Valley)에서 시작하는 ‘리콜라 허브 가든(Ricola Herb Garden)’은 산길을 걷다 세이지, 알케밀라, 아욱, 야로우 등 리콜라 캔디에 사용된 13가지 허브들이 자라는 정원을 직접 둘러본 후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따라 타이스 숲(Tais Forest)까지 하이킹하는 코스입니다.

※ 스위스관광청 https://www.myswitzerland.com/ko/experiences/ricola-herb-garden/

스위스 마테호른과 체르마트

스위스 남서부에 위치한 발레(Valais)에도 많은 허브를 테마로 하는 트레일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발레는 티치노, 그리종과 함께 알프스 남부의 3대 주 중 하나로 다양한 생태계를 아우르고 있는 지역입니다. 삼각뿔 모양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명한 알프스 봉우리 마테호른(Matterhorn)과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15,203 피트의 두포우르슈피체(Dufourspitze)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수 많은 관광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발레에는 카모마일, 민트, 레몬밤, 세이지, 버베나, 타임 등을 포함해 35가지 이상의 다양한 허브들이 재배되는데, 도시와 멀리 덜어져 공해나 오염이 없는 자연 덕분에 좋은 허브들이 자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11 스위스에서 하이킹하는 모습

발레에서 가장 유명한 허브 트레일 코스로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거리 트레킹 중 하나라는 투르 뒤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이 있습니다. 장장 105마일을 거쳐 트레킹하는 코스로 발레 지역의 야생 허브 대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장거리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일일 코스만 완주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www.cicerone.co.uk/trekking-the-tour-du-mont-blanc

이 밖에 일일 하이킹 코스를 원한다면 왕복 10.8마일의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며 마테호른과 두포우르슈피체를 감상할 수 있는 젬미 패스(Gemmi Pass)도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걷지 않고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요!

www.gemmi.ch/home/

스위스에서 트레킹하는 모습

스위스 전통 허브 치료로 유명한 아펜첼의 허브 하이킹(Appenzell Herb Hiking) 코스도 유명합니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알프스 산맥의 자연 유산이라 불리는 아펜첼 전통 허브 치료가 발달하게 된 데에는 지리적, 환경적 배경이 있습니다. 워낙 외진 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 의료 시설이나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불가피하게 주민들은 주변 초원과 숲에서 자라는 다양한 허브와 식물을 이용한 자연 요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펜첼 지역의 아르니카, 야로우, 발레리안과 같은 약용 허브들은 특히 소화 장애, 근육통, 호흡기 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펜첼 전통 허브 치료법들은 수 세기 동안 세대와 세대, 가족과 가족을 거쳐 전해져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펜첼 전통 허브 치료는 자연 요법과 예방적 치료를 우선시하는 전체론적 관점을 강조하는데, 이같은 철학과 관점이 현대 웰니스 트렌드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도 아펜첼의 자연과 전통 허브 치유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펜첼 허브 하이킹을 신청하면 현지 가이드 안내를 받아 아펜첼 목초지와 숲 속 하이킹도 하고 허브 차, 팅크, 연고와 같은 전통 허브 치료 요법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www.thecatandthepeacock.com/hiking-appenzell

이 외에도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다양한 허브 트리트먼트와 요가, 스파, 마사지 등의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재충전할 수 있도록 구성된 웰니스 프로그램들도 많습니다.

스위스 전경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때론 그 세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고 자신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스위스는 수세기 동안 괴테와 니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마다 치유의 성지가 되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만약 지금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스위스의 자연에서 위로 받으며 잠시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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