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 최고의 여행지는
그 후보지만 늘어가는 중이다.
사람은 부족한 것에 집착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자고로 추운 겨울에는
슬리퍼 끌고 다니던 동남아가 최고고,
빵이 당길 때면
유독 값싸고 맛있던 유럽의 빵이 그리운 법
그 지역의 맛집, 랜드마크 이런 것들보다는
그 지역의 날씨와 냄새,
고생하고 먹은 허접한 음식,
여행 메이트와의 대화 등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런 소소한 것들이
가슴 한편 묵직하게 자리 잡는다.
‘우리가 한국어 알려줬던 웨이터가 있는 멜버른 식당’
‘여권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신 크라크푸 사진사 할아버지’
‘시세보다 싸게 지인 차량을 빌려준 다낭의 카페 직원’
관광 책이나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내 머릿 속 내 마음대로 붙여둔 곳곳의 색인들은
늘 나를 그때, 그 시간으로 되돌린다.
그리고 최고의 여행지를 하나만 꼽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 버렸다.
글, 그림_ 빛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