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같이 가면
이렇게 걱정되지는 않을 텐데
내 여행 짐도
이렇게까지 챙겨본 적 없는데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
부모님이 여행을 가신다고 생각하니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어렸을 적
별의별 걱정을 사서 하시던
엄마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 못 했었는데,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잔소리인 것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멈추기 힘들다.
부모와 자식이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
역할이 바뀌어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
높은 산처럼만 느껴졌던 부모님의
아이 같은 구석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사랑을 가득 담은 잔소리를 장전해
어렸을 적의 복수(?)를 즐길 거다.
이 잔소리쟁이 역할을
아주 오래 하고 싶다.
글, 그림_ 빛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