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눈치 없는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여행은 쉬이 가지 못하는데
어김없이 봄은 와버렸다.
어렸을 때는 별 감흥 없던 꽃들이
그렇게 신기하고 기특해 보이는 건
(아무리 부정해도) 메신저 프로필에
곱디고운 꽃 사진만 잔뜩 걸어두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증거일 거다.
“직접 보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꽃을 향한 엄마의 감성을
아직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고화질의 TV 화면으로 꽃밭을 감상해도
채워지지 않는 모녀의 갈증은 같았다.
해외 여행에 대한 얄궂은 그리움인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서인지
음식, 시장, 바다, 오래된 건물…
나만의 여행 목적 중에
최근 ‘꽃’이라는 선택권을 추가했다.
내년 이맘때는 그 자연의 팔레트 색을 직접 눈에 담고
마스크 없이 향을 맡을 수 있기를.
글, 그림_ 빛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