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좋아하는 친구의
이른바 ‘갓생(God-生)’ 도구는 뜨개질이다.
노력과 시간, 에너지를 요하지만
성취감이라는 보상 덕에
스스로 행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찾은 거다.
사실 나만의 루틴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다.
퇴근 후에 매일 줄넘기 50분
출근 길마다 읽는 자격증 책 한 챕터
점심시간마다 가는 자유수영 30분
한 코 한 코 떠서
한 단이 되고,
한 단 한 단 쌓여서
스웨터가 완성되는 것처럼
꾸준한 노력만 쌓인다면
그게 무엇이든 충분하다.
나만의 갓생 도구를 여행에 가져오면
그 루틴이 더 특별해지기도 한다.
도쿄의 한 카페에서 마저 읽은 책
벤쿠버에서도 친 테니스 한 시간
방콕 호텔에서도 잠들기 전 명상 30분
새로운 곳에서도 루틴을 지속하면
낯설던 여행지도 어느새 친근하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무겁고
숙제라고 하기에는 자유롭지만
누가 시켜서 해치우는 일이 아닌
내가 기꺼이 해내는 일이기에
여행에서의 건강한 의무감이
더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글, 그림_ 빛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