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패션에 취향이 있는 것처럼
여행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
초등학교 방학 생활계획표 같은 빡빡한 스케줄 표를 들고
낯선 여행지를 종횡무진 누비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며,
몇 날 며칠 내내 한 곳에만 머무르는 친구도 있다.
어쩌면 계획형 여행 인간이 아닐까? 싶은 나로서는
한 곳에 콕 박혀있는 여행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낯선 곳을 돌아다니기가 부담스럽고
이럴 바엔 차라리 한 곳에서
푹 쉬다 오는 게 어떨까 싶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휴가 시즌,
스테이케이션*이 유행이었던 것을 보면
다들 비슷한 심정이었나보다.
*머물다 ‘Stay’와 휴가 ‘Vacation’을 합성한 신조어
마침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건강과 환경’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최근에는 내 몸을 돌보기 위한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웰니스(치유)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푹 쉬고,
내 몸에 좋고 환경도 해치지 않는 음식을 즐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요가나 명상 등
건강 관련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간
친환경 로우 테크(Low-Tech) 여행도 있다.
자연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는 잠시 멀리 두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이동하는 식이다.
환경을 해치는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누리던 편리는 잠시 내려두고 약간의 불편을 즐기며,
오로지 내 몸과 자연의 힐링에 집중하는 여행.
고작 며칠뿐인 여행이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멀리 못 가는 게 아쉬웠지만,
이렇게 잠깐이나마 가만히 멈춰
소중한 것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할 듯하다.
글_ 빛정, 편집실/ 그림_ 빛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