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안전을 위한 항공사의 꼼꼼하고도 치밀한 연료 계산법
2019.11.14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자동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두 번씩은 연료 경고등이 켜져 가까운 주유소를 급히 찾은 경험이 있다.

항공기는 자동차와는 상황이 다르다. 하늘을 비행하는 항공기의 연료 부족은 안전 저해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연료를 탱크에 가득 채워 비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다.

ⓒ flightradar24.com 자료

위 그림은 일본 오사카 공항 착륙을 앞둔 항공기가 도착 전 공항 사정으로 인해 인근 상공을 선회하다가 가까운 나고야 공항에 착륙한 비행 궤적이다(flightradar24.com). 항공사들은 이처럼 비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안전 운항을 위한 연료량을 계산해 탑재하고 있다.

항공기에 탑재되는 연료. 같은 연료지만, 쓰임새와 목적은 제 각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공사들이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에 어떤 목적으로 연료를 싣고 있는지 알아보자.


▶ Taxi Fuel
공항에 주기된 항공기가 게이트를 출발하는 시점부터 이륙 전까지 사용하는 연료다. 엔진 시동, 항공기에 장착된 보조전력장치(APU) 가동, 지상 활주를 위한 엔진 구동 등에 소모되며, 10분~30분 정도의 시간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연료를 탑재한다.

▶ Trip Fuel(Burn-off Fuel)
출발 공항을 이륙하는 시점부터 목적지 공항에 착륙할 때까지 비행에 소모되는 연료를 말한다. 여기에는 도착 공항 혼잡 및 기상 상황 등으로 비행시간이 증가하는 경우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연료가 포함된다.

Destination Alternate Fuel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할 상황이 생겨 교체 공항으로 가야만 할 때 목적지 공항에서부터 교체공항까지 운항하는 데 필요한 연료다. 목적 공항에서 발생한 접근 실패(Missed Approach)에 소모된 연료도 여기에 산정된다.

Final Reserve Fuel
목적지 공항에 상황이 생겨 교체공항으로 갔는데, 바로 착륙하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한 연료다. 착륙시 예상되는 항공기 중량으로 교체공항 1,500ft(약 450m) 상공에서 표준 대기 기준으로 30분간 체공할 수 있는 양을 탑재한다. Final Reserve Fuel을 이용해 착륙을 하게 되는 상황이면 관제탑에 비상 선언을 하게 된다.

Contingency Fuel
각 항공기 별로 예상 연료 소모량 편차, 예보 기상의 변화, 고도 및 항로 변경, 이륙전 지상에서의 항공기 이동 시간 증가 등 예상치 못한 요인이 발생해 계획된 비행으로부터 이탈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연료다. Trip Fuel의 5% 정도 수준을 탑재하며, 1,500ft 표준 대기 기준으로 5분간 비행할 수 있는 연료보다 양이 많아야 한다.

Company Compensation Fuel
비정상 운항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료. 일정기간 기종별로 연료 소모 실적을 데이터화하여 이를 근거로 비행계획 대비 반복적으로 과다 소모되는 연료량을 추가로 탑재한다.

Discretionary Fuel
기장 또는 운항관리사가 추가 연료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할 때 탑재되는 연료다. 주로 항로상, 목적 공항 또는 교체 공항의 악기상 예보, 겨울철 제빙·방빙에 따른 지연, 항로상 공중 대기, 관제 당국의 관제 지연, 악기상으로 인한 우회 가능성 등의 상황에서 추가 탑재가 고려된다.

Tankering Fuel
출도착 공항의 연료 가격 차이로 돌아오는 편에 사용될 연료를 채워가는 쪽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을 때, 또는 목적 공항에서 연료 보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발시 복편에 필요한 연료를 추가 탑재하는 경우다.


이처럼 항공기에 탑재하는 연료를 세분화하는 이유는 안전 운항과 운항 효율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Annex6에서는 항공사들이 반드시 탑재해야 할 연료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항공법 시행규칙 [별표23]에서 ‘항공기에 실어야 할 연료의 양’을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출발시 항공기에 탑재되어 있는 연료(Ramp out Fuel)는 지상 이동 단계에서 Taxi Fuel이 사용되어 이륙 시 Take off Fuel이 남게 되며, 목적지 공항까지는 Trip Fuel과 함께 각 상황에 맞게 추가 탑재되는 예비연료가 소모될 수 있다.

참고로 아래는 10월의 어느날 인천~뉴욕 구간에 투입된 A380 항공기의 연료 사용 계획의 일부다. 각 부문별로 얼마만큼의 연료가 소모되는지 어림 짐작으로 알 수 있다.

Ramp out Fuel_ 40만 1000 LBS (18만 1890㎏)

Take off Fuel_ 39만 9000 LBS (18만 983㎏)

Trip Fuel_ 36만 3000 LBS (16만 4654㎏)

Discretionary Fuel_ 5000 LBS ( 2268㎏)

계획연료잔량_ 3만 6000 LBS (1만 6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