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품은 공간] 시카고 문화센터
‘시카고(Chicago)’하면 여러 단어가 연상된다. 바람이 하도 많이 불어 별명으로 붙은 윈디시티(Windy City), 도시를 휘감은 미시간 호수(Michigan Lake),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카고식 피자와 핫도그, 국제적 예술가의 작품이 설치된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까지. 이 화려한 라인업 중에서도 선두에 선 대표적인 수식어는 바로 ‘건축의 도시’라는 별명이다.
시카고 여행 상품에 유명 건축물을 돌아보는 건축 투어가 필수로 들어갈 만큼, 시카고에는 뛰어난 근대 건축물이 여러 개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랜드마크는 시카고 워싱턴 스트리트(Washington Street)에 있는 시카고 문화센터(Chicago Cultural Center)다.
시카고 문화센터는 당대 최고의 건축 회사로 꼽혔던 셔플리(Shepley)와 루탄(Rutan), 쿨리지(Coolidge)가 함께 디자인한 건축물로 1897년에 완공됐다. 완공 당시에는 공공 도서관으로 지어졌으나 1991년,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해럴드 워싱턴 도서관 센터(Herold Washington Library Center)로 넘겨주고 내부 구조를 변경하는 등 재정비 과정을 거쳐 시카고를 대표하는 문화센터로 재탄생했다.
시카고 문화센터는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아 보자르(Beaux Arts) 양식으로 디자인됐다. 내부는 스튜디오 시어터, 라이브러리 룸, 랜돌프 스퀘어(Randolph Square), 댄스 스튜디오, 전시장, 르네상스 코트(Renaissance Court) 등 다양한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두 개의 커다란 돔이 유명하다.
남쪽에 있는 프레스턴 브래들리 홀(Preston Bradley Hall)의 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티파니 스테인드글라스 돔으로 지름이 11m를 살짝 넘는다. 돔 천장을 장식한 3만여 개의 유리 조각은 얼핏 생선 비늘 모양을 닮았다. 본래 반투명 천장으로 햇빛이 투과하게 만들어졌으나 1930년대에 보호용 외부 돔이 덧대어져 많은 이의 아쉬움을 샀다. 그러다 2008년 복원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빛을 투과하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북쪽 그랜드 아미 오브 더 리퍼블릭 홀(Grand Army of the Republic Hall)의 돔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랐다. 희귀한 대리석과 유리, 형형색색의 돌로 이뤄진 모자이크 장식이 천장에서 투영되는 빛과 어우러져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시카고 문화센터는 1972년 미국 국가 지정 사적지에 등록될 만큼 역사적, 지역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다. 현재 시카고 시 당국의 관리를 받으며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대표적 문화 공간으로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개관 초기부터 무료입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해마다 시카고 시가 주관하는 음악회, 댄스, 퍼포먼스, 강연, 영화, 전시 등 수백 회의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시민들에게도 활짝 문이 열려 있어 결혼식은 물론 가족 행사와 갈라, 칵테일 리셉션 등 시민의 사적이고 소소한 이벤트가 연이어 열린다.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연결돼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한, 시카고를 찾은 관광객을 위한 관광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 도시에 첫발을 들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종합해보자면 시카고 문화센터는 문화, 예술의 메카이자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를 아우르는 도시의 중심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니 시카고를 방문한다면 제일 먼저 시카고 문화센터를 찾아가 보자.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외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관광 정보센터에 들러 시카고 여행 코스를 짜는 것이다. 내부에 앉아 화려한 돔을 감상하다가 내친김에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건축물 투어에 참가해도 좋겠다. 시내 투어를 하다가 찬 바람이 매서울 때도 시카고 문화센터가 따뜻한 품을 벌려줄 것이다. 언제든 여유로운 공간과 아름다운 볼거리로 다양한 사람을 품는 공간, 시카고 문화센터만의 매력이다.
글_ 백아영
한국과 영국에서 한국화와 현대미술사를 공부한 프리랜스 작가. 현재 매거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문화와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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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