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걷는 게 대세!
차승원과 유해진이 배정남과 함께 스페인 시골 마을에 하숙집을 차렸었다.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는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순례길이 지나는 마을이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박물관이라 불리는 순례길. 800㎞에 이르는 이 길을 완주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순례길이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을 말한다. 9세기경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만들어진 길로,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세부터 내려온 순례길은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길은 ‘카미노 프랑세스’다. 프랑스 남부의 국경마을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되는 약 800㎞의 길이다. 완주하려면 30~35일 정도가 걸린다.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길이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걷는 여행자도 많다.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다
청재킷에 캔버스화를 신고도 춤추듯 걷는 이가 있는가 하면 최고급 등산 장비로 풀 세팅을 하고도 나날이 고통스러운 이도 있다. ‘800㎞ 걷기’보다 ‘한 달 치 짐을 지고 걷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짊어질 배낭의 무게에 따라 고통의 강도가 달라진다. 여행에서 짐은 전생의 업보라 하지 않는가. 짐은 체중의 10~20% 사이로 꾸리는 것이 좋다.
순례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오직 순례자를 위해 형성된 마을도 있고, 커다란 성당이 있는 대도시도 있다. 필요한 물건은 그때그때 구입할 수 있으며 대형 아웃도어 매장도 종종 나타난다.
새 신을 신고는 ‘팔짝’ 뛸 수가 없다
순례길에 오르면 하루 평균 25~35㎞를 걷는다. 평평한 흙길이 끝없이 이어지기도 하고 산을 넘거나 돌길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컨디션의 길을 오래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바닥이 얇은 운동화보다는 두껍고 딱딱해 발을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선택하는 게 좋다. 사이즈는 발가락 끝이 닿지 않도록 평소보다 5~10㎜ 크게, 기왕이면 매장에서 신어보고 구입한다.
두툼한 등산 양말과 러닝용 발가락 양말을 겹쳐 신으면 충격을 완화하고 물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발은 여러 번 신어 각자의 발 모양에 맞도록 길을 들여야 한다.
체형에 맞는 배낭이 따로 있다?!
배낭은 어깨가 아닌 허리로 메는 것이다. 배낭을 선택할 때는 크기와 무게, 디자인뿐 아니라 등길이와 허리둘레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체형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배낭이 다르며, 체형에 맞는 배낭을 메면 같은 무게도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배낭을 멜 때는 허리 벨트를 골반뼈에 살짝 올리고 버클을 채운 후 스트랩을 조여야 한다. 그 후 어깨끈을 당겨 무게 중심을 맞춰야 한다. 짐을 꾸릴 때는 무거운 짐은 등판과 배낭 위쪽에, 가벼운 짐은 배낭 아래쪽에 넣는 게 좋다.
컨디션에 따라 짐 배달 서비스를 활용하자
배낭을 가볍게 꾸렸음에도 지고 걷기에 무리가 있다면, 혹은 컨디션 난조로 배낭을 메고 걷기가 어렵다면 ‘동키’라 불리는 배낭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순례자들은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하루하루 걷는 거리를 정하게 되는데,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순례자 여권을 받급 받을 때 함께 준 고도표를 보며 도착 마을을 정해야 한다. 고도표에는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가 있는 마을과 각 마을 사이의 거리와 고도가 적혀 있다. 알베르게에 비치된 봉투에 개인정보와 목적지를 적은 후 요금을 넣어 봉한 후 배낭에 묶어두면 된다.
순례길을 걷기 전후로 여행 일정이 있다면,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짐을 보내고 완주 후 찾아서 여행을 지속하면 된다.
tip. 순례자 여권 발급과 알베르게 예약 방법
카미노 프랑세스의 시작점인 생장피에드포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순례자 사무실을 방문해 크레덴시알(Credencial)이라 불리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 받아야 한다. 여권에는 순례자의 이름과 출발지명, 출발 날짜 등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 있어야 알베르게에 묵을 수 있다.
순례자 여권은 알베르게와 레스토랑, 성당 등에 비치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도록 칸이 나뉘어 있다.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받으며 800㎞를 완주하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 근처 사무실에서 완주 증서를 발급해준다.
알베르게는 공립과 사설로 나뉜다.무니시팔(Municipal)이라 불리는 공립 알베르게는 저렴하나 예약이 불가능해 선착순으로 순례자를 받는다. 사설 알베르게에 비해 시설이 낡은 경우가 많지만 수도원이나 성당을 개조한 특별한 장소에서 숙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설 알베르게 중에는 수영장이나 정원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글_ 이미선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는 용역 라이터. 여행 전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 과거에는 여행하면서 감정을 메모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행이 직업이 된 이후에는 여행지의 소리를 녹음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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