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따끈따끈, 진한 맛의 푸틴
2020.02.10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영혼의 식탁] 캐나디언의 소울 푸드

캐나디언의 소울 푸드

여행 중에 먹은 음식이 특히 별미처럼 느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일상의 점심 한끼 가격을 따지듯이 메뉴판을 보지 않고,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데서 글로벌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칼로리 걱정이 덜하다. 어차피 먹고 움직일 거니까, 칼로리가 어떻든 현지 인기 음식이라니까 등의 그럴싸한 당위성이 생긴다.

감자튀김에 그레이비소스와 치즈 커드를 얹은 푸틴
감자튀김에 그레이비소스와 치즈 커드를 얹은 푸틴

구구절절 서론이 긴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음식, 캐나다의 ‘국민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푸틴(Poutine) 때문이다.

여행 책자와 인터넷, 방송은 물론 캐나다 친구들도 푸틴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캐나다의 대표 음식이라고 손꼽지만, “정말?”이라고 되묻게 되는 이 음식은 그러니까 참, 낯익다.

흔한 감자요리 같고, 살짝 인스턴트 느낌도 난다. 하지만 만만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제대로 된 푸틴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편이 아니다. 만들기가 복잡하거나, 재료수급이 어렵거나, 특이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이 아닌데도 말이다. 어쩌면 이름만큼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푸틴과 차가운 맥주는 환상의 조합이다.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푸틴과 차가운 맥주는 환상의 조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로 간다면, 혹은 추운 이 계절에 어울리는 맥주 안주를 찾는다면 꼭 푸틴을 권하고 싶다. 갓 튀겨 나온 뜨거운 푸틴 한 접시와 정수리가 짜릿할 정도로 차가운 맥주의 조합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캐나다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매장들.
캐나다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매장들.
캐나다에서 맥주를 판매하는 매장들. 우리나라의 마트·편의점에 익숙한 사람은 캐나다에서 맥주를 구입하려다 당황할 수 있다. 주류를 취급하는 매장이 따로 있고 이마저도 주말에는 문을 닫기 때문. 맥주 코너가 있는 마트나 편의점이 느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은 취급 종류가 제한적인 편이다.

푸틴은 거부하기 어려운 칼로리 폭탄이다

푸틴의 재료에는 어느 것 하나 칼로리 걱정에서 자유로운 게 없다. 주인공은 감자튀김. 그 위에 그레이비소스와 치즈 커드를 얹는 게 기본이다. 기름에 튀긴 감자는 말해 무엇 하며, 육즙에 소금, 후추, 캐러멜, 밀가루를 섞어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후 치즈까지 곁들이니 칼로리 폭탄으로 완벽한 조화가 아닐까. 이 조합을 맛본 사람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고, 맛보지 못한 사람 역시 상상만으로 이미 빠지게 할 만한 불변의 조화다.

푸틴의 주 재료인 감자와 치즈 커드
푸틴의 주 재료인 감자와 치즈 커드

푸틴은 퀘벡(Quebec)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아마도 캐나다 북부에 위치한 퀘벡이 겨울에 워낙 춥기 때문에 따끈한 고열량 요리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눈 쌓인 2월의 몬트리올(Montreal) 시내 전경
눈 쌓인 2월의 몬트리올(Montreal) 시내 전경. 길고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퀘벡에서 따끈한 푸틴은 소울 푸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푸틴은 캐나다의 떡볶이 같은 존재다

다른 나라의 대표 음식과 달리 캐나다의 푸틴은 지역색이 물씬 느껴지는 편은 아니다. 대신 캐나다 길거리 어디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한 메뉴로 소울 푸드의 자리를 꿰찼다.

푸틴은 우리나라의 떡볶이처럼 캐나다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 레스토랑과 푸드 트럭은 물론 글로벌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도 푸틴이 있을 정도다.
푸틴은 우리나라의 떡볶이처럼 캐나다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 레스토랑과 푸드 트럭은 물론 글로벌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도 푸틴이 있을 정도다.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거나 화려한 음식이 아닌 감자요리 푸틴이 캐나다의 대표 음식이라는 것이 이상할 법도 하지만, 우리의 떡볶이를 떠올리면 십분 이해가 된다. 길거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국민 음식’이라 손꼽히고, 우리의 정서가 담긴 음식이니 말이다. 다인종 국가인 캐나다에서 ‘캐나다스러운’ 무언가를 찾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 푸틴이 몇 안 되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디언들의 푸틴 사랑은 각종 이벤트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가을, 토론토에서는 ‘푸틴 빨리 먹기 대회(Smoke’s Poutinerie World Poutine Eating Championship)’가 열렸다.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로 참가자를 나누어 진행할 만큼 규모 있는 이 행사는 지난해 10회를 맞았다.

아울러 매년 2월 첫째 주에는 퀘벡을 중심으로 여러 도시의 레스토랑이 ‘라 푸틴 위크(La Poutine Week)’에 참가해 특별한 푸틴을 만든다. 푸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레스토랑을 옮겨 다니며 다양한 푸틴을 맛본 다음, 내가 좋아하는 푸틴과 레스토랑이 뽑히길 바라는 일종의 ‘팬심’을 담아 투표도 한다.

푸틴의 세계는 넓고도 넓다

이런 말이 있다. “캐나다에 가면 비슷한 종류의 푸틴은 있어도 같은 종류의 푸틴은 없다.” 그 정도로 푸틴의 종류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버전의 그레이비소스와 치즈 커드를 기본으로 각종 토핑이 존재한다. 소시지, 고기볶음, 토마토소스, 매시트포테이토까지 무엇이 올라가든 상관없다. 자신의 취향을 한껏 뽐내기라도 하듯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푸틴 위에 무엇을 더 올리든 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닭튀김이나 고기볶음을 더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만든 푸틴도 있다.
푸틴 위에 무엇을 더 올리든 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닭튀김이나 고기볶음을 더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만든 푸틴도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길거리 푸드트럭부터 펍, 레스토랑 등에서 쉽게 푸틴을 먹을 수 있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토핑의 푸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캐나다의 국민 음식이라지만, 여기에 나만의 취향 저격 토핑을 개발해 나만의 인생 음식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글_ 김수영
10여 년간 여성지 기자로 일하다 요리 전문 매거진에서 미래를 찾았다. 현재는 프리랜스 푸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요리 관련 브랜드 기획과 레시피북 제작 등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캐나다(벤쿠버/ 토론토)_ 매일 직항 운항(토론토 3/29일부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