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이하 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과 삼성E&A는 ‘SAF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MOU 서명식은 전날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MOU는 ▲해외 SAF 생산 프로젝트 발굴 및 검토 ▲SAF 장기 구매(Offtake) 참여 검토 및 상호 지원 ▲SAF 관련 신기술·프로젝트 투자 검토 ▲대한항공의 삼성E&A ‘SAF 기술 동맹(Technology Alliance)’ 파트너 참여 등을 골자로 한다. 양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정적인 SAF 생산·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긴밀히 협력키로 한 것.
양사는 첫 번째 협력 대상지로 미국 시장을 주목하며 현지 프로젝트 참여 방안을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미국은 SAF 생산에 필요한 원료가 풍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SAF 생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다.
양사는 SAF 생산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주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삼성E&A는 플랜트 구축 기술력을 제공하고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SAF 수요처 역할로 프로젝트 전반에 탄력을 주는 ‘윈-윈(Win-Win)’ 모델이다.
삼성E&A는 EPC(설계·조달·시공)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에서 추진되는 2세대 SAF 생산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다. 목질계 폐기물을 고온에서 가스화한 뒤 다시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가스화-피셔 트롭시(FT·Fischer Tropsch)’ 기반 2세대 SAF 생산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폐식용유 등 제한된 원료만 사용 가능했던 1세대 SAF의 한계를 넘어, 폐목재와 같은 비식용 및 폐기성 바이오매스까지 원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탄소 감축 효과도 커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서 생산된 SAF를 구매하는 오프테이커(Offtaker)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프테이커는 일정 기간 동안의 생산량을 고정적으로 사들여 신규 에너지 사업 기반을 안정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는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글로벌 SAF 생산 활성화와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최근 우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6대 전략 산업군, 이른바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업)’ 중 ‘에너지(Energy)’ 관련 신사업을 개척하는 상징성도 지닌다. 에너지 신사업 밸류 체인의 시작과 끝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협력해 해외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협력으로 글로벌 항공업계의 ‘탄소중립(넷 제로·Net Zero) 2050’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SAF 사용 의무화 등 국제적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제적인 프로젝트 참여와 지속적인 협력으로 글로벌 SAF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행과 ESG 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2017년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 최초로 시카고-인천 노선을 SAF 혼합 항공유로 운항한 이후 적극적인 SAF 사용으로 탈탄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국산 SAF 사용도 선도한다. 2024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부 상용운항 노선에 국산 SAF를 처음 혼합한 데 이어 김포국제공항으로 사용편을 확대해 국내 SAF 시장 활성화와 제도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