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모험의 시작, 오클랜드②
달려서 대자연에 더 가까이
오클랜드부터 캠퍼밴으로 북섬 한 바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같이 놀러도 많이 다녔는데 시댁 일 챙기랴, 아이들 키우랴, 힘겹게 살아 온 언니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우리 이번 여행은 언니들과 함께 뉴질랜드 캠퍼밴(Camper Van) 여행으로 가자!” 아내의 제안에 따라 우리 부부는 지난 겨울 두 처형, 처제와 함께 5명이 캠퍼밴 여행을 떠났다.
자유와 행복을 맘껏 즐기자!
아내는 “자유와 행복을 맘껏 즐기자!”라고 외쳤고, 이런 바람에 뉴질랜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와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안이라는 두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각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지낸 ’25일의 자유’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같이 걷고, 아름다운 자연의 느낌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한 시간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기도 했다.
이 여행이 이토록 우리 생애에 손꼽히는 가슴 벅찬 경험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시간에 무심해지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느린 여행은 속도에 가려졌던 세상을 더 들추어냈고, 더 가까이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풀잎을 보고도 우주를 상상하고, 밤하늘에서 만난 별 하나에서도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여유를 누렸다. 캠퍼밴 자유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축복이었다.
뉴질랜드는 캠퍼밴 여행의 천국
캠퍼밴은 침대, 샤워 시설, 주방, 에어컨, 화장실 등 기본 생활 시설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차가 서는 곳이 바로 집이 된다. 더군다나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캠퍼밴 여행을 위한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다. 캠퍼밴 렌털 회사도 많다.
차는 탑승 인원에 따라 2인승, 4인승, 6인승으로 나뉜다. 차를 빌리기 위해 해당 회사나 현지 에이전시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견적과 안내 메일이 온다. 안내에 따라 협의해 렌털을 진행하면 된다.
캠퍼밴 여행을 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필요한 정비를 해야 한다. 이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종합 캠핑장으로 홀리데이 파크(Holiday Park)가 있다. 생활 오수 처리와 식수 공급, 전기 충전, 빨래 등을 이곳에서 하면 된다. 주로 체인으로 운영되며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할인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야영장 ‘DOC’도 뉴질랜드 전역에 500여 곳이 있다.
유의해야 할 사항은 뉴질랜드에는 자유 캠핑을 하며 밤을 보낼 수 없는 곳도 있다는 점이다. 각 마을에 있는 여행자정보센터(i_center)를 방문해 안내받거나, 렌털 회사에서 제공한 정보 앱(마우이 로드 트립)을 이용하면 좋다.
한국과 반대인 통행 규칙 때문에 많은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절대 겁먹을 필요가 없다. 도착해서 조금 지나면 좌측통행에 적응이 된다. 단, 반드시 교통 법규를 준수하고 과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뉴질랜드 여행 출발 전에 미리 발급 받아 챙겨 놓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2019년 10월부터 뉴질랜드에 입국하려면 전자여행증(ETA)를 발급 받아 소지해야 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하얀 구름을 사랑할 줄 아는 시인 되기
뉴질랜드는 화산활동이 만든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래서인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 원시의 자연이 배경으로 필요한 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유명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쌓인, 도시 생활에서 습관적으로 길러진 비꼬인 감정들을 거름망처럼 걸러내는 녹색 자연과의 교감이었다.
때론 시인이 되고 때론 철학자가 되어 북섬의 속살을 만나면서 우리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이곳에서 느낀 해방감은 다른 해방감에는 없는 무엇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재생의 힘’이었다. 높이 있을 때 더 높이 오르게 하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
차를 잠시 세우고 둘러봐야 할 곳들
오클랜드에서 출발했다면, 코로만델 반도(Coromandel Peninsula)부터 들러보길. 컴퓨터 배경 화면으로도 유명한 커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 뜨거운 바닷물이 나오는 핫 워터 비치(Hot water Beach), 새들이 주인인 땅 코로만델 삼림 공원(Coromandel Forest Park) 등이 태평양을 끼고 있는 북섬의 대표적인 초록빛 자연 지역이다.
캠퍼밴을 달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타우랑가(Tauranga)와 로터루아(Rotorua)가 있다. 타우랑가는 마오리족의 성지인 마운트 마웅가누이(Mt Maunganui)를 중심으로 온천과 은빛 해변이 있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고급 휴양지다. 로터루아는 각종 화산활동과 마오리족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마오리족의 터전으로 뉴질랜드 구전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타우포(Taupo)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로 유리처럼 맑은 물과 청초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멀리 마운트 나우루호에(Mt Ngauruhoe)의 하얀 정상이 보인다. 호수의 물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와이카토(Waikato) 강을 만든다. 그 강줄기에 후카 폭포(Huka Falls)가 있는데, 이곳에서 번지 점프 등 익스트림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도 꼭 정박해야 할 곳이다. 마오리족의 영산으로 지금도 5~6년을 주기로 화산활동을 한다.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호수, 초원, 용암대 등 화산 지역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글_ 서동환
여행 작가. 세상을 만나고 싶어서 글과 사진, 그림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오클랜드_ 매일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