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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랍속여행기억] 특별한 시간은 이곳에_ 바이런 베이
2026.11.02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X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내 서랍 속의 여행 기억 바이런 베이

바이런 베이(Byron Bay)는 다르다. 호주 본토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그러니까 호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브리즈번에서 차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가장 가까운 골드 코스트 공항에서는 한 시간 거리다. 인구는 만 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해변 마을이고, 걸어서 30분이면 시내를 가로지를 수 있다. ‘바이런 베이 같다’는 말에는 자유, 서핑, 아침 요가 등의 키워드가 들어 있다.

여름에는 기온이 대체로 20도에서 20도 후반을 오가고 겨울에도 낮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온화하다. 따뜻한 바다와 좋은 파도, 요가와 명상, 유기농 카페와 맨발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분위기가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한때 고래잡이 마을이었는데 1970년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예술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정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대안 공동체와 유기농 농장, 명상 모임이 생겨났고 그들이 만들어 낸 보헤미안 문화가 바이런 베이에 깊이 스며들었다.

바이런 베이는 호주 보헤미안 문화의 원조답게 지금도 이른바 ‘자유로운 영혼’들을 끌어당긴다. 방학이 되면 호주의 대학생들은 친구들과 차를 몰고 찾아오고, 세계 각국의 배낭여행자들은 이곳을 빼놓지 않는다. 파도를 찾아오는 서퍼가 있는가 하면 요가와 명상을 위해 온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할리우드 스타와 부유층들이 사는 고급 저택들도 많고 럭셔리 웰니스 리조트들도 많다.

연말이 되면 한층 더 북적인다.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눈부신 햇살과 모래사장, 파도 곁에서 한 해의 끝을 보내려는 이들과 새해 첫 일출을 맞으려는 여행자들이 작은 마을로 모여든다. 그들 사이에 섞여 바이런 베이에서 경험한 자유와 여유의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본다.

케이프 바이런 등대

여름의 바이런 베이에서 일출은 새벽 다섯 시에 시작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기란 힘들지만 여행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을 기꺼이 하게 만든다.

바이런베이 등대

케이프 바이런 등대(Cape Byron Lighthouse)는 1901년부터 불을 밝혀왔다. 1989년까지는 등대지기들이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불빛을 지켰고, 지금은 자동화된 등대가 그 일을 대신한다. 흰 원통형 몸통에 초록색 난간을 두른 전형적인 등대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것없는 등대지만, 가장 동쪽으로 돌출된 곶의 정상을 지키며 120년 넘게 호주 동부 해안을 지나는 배들에게 방향을 알려왔다.

클라스크 비치(Clarkes Beach)와 더 패스(The Pass)를 지나 등대로 이어지는 케이프 바이런 워킹 트랙(Cape Byron Walking Track)은 총 3.7㎞쯤 되는 코스다. 해변과 아열대 숲, 절벽 위 초원을 차례로 통과하며, 천천히 걸으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간에는 숨이 찰 만큼 가파른 나무 계단도 있다. 새벽에는 조명이 없는 구간이 많아 손전등이 필요하고, 검은 몸에 붉은 머리를 가진 부시터키가 덤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잠을 깨워주기도 한다.

12 바이런베이 등대

곶의 끝에는 ‘호주 본토 최동단’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서 있다. 사람들은 대륙의 끝에 도착했다는 증거라도 남기려는 듯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는다. 표지판 뒤로는 태평양이 끝없이 펼쳐진다. 5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이동하는 혹등고래를 볼 수 있고, 돌고래와 바다거북은 계절에 관계없이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와테고스 비치(Wategos Beach)의 둥근 해안선과 파도 위에 떠 있는 서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29 바이런베이 석양

1월 1일 새벽은 평소의 고요한 등대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어둠 속 산책로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전망대 난간 앞에 삼각대를 세우고, 누군가는 바위에 걸터 앉으며, 요가 매트를 펴고 조용히 명상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 이름도 국적도 모르지만 모두가 동쪽 바다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희미한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낮은 탄성이 흘러나오고, 태양의 윗부분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일출을 보기 위한 별도의 입장권은 없다. 걸어서 올라온 사람이라면 케이프 바이런 산책로와 공공 전망대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무료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서퍼들의 천국인 이유가 있다

등대에서 해안 쪽으로 내려오면 와테고스 비치(Wategos Beach)가 나타난다. 케이프 바이런 북쪽에 둥글게 안긴 작은 해변으로, 곶이 거친 바람과 파도를 어느 정도 막아준다. 넓은 모래톱과 군데군데 놓인 암초 위로 파도가 비교적 천천히 부서지기 때문에 롱보더와 초보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운이 좋으면 서퍼들 사이로 파도를 타고 들어오는 돌고래도 볼 수 있다.

바이런베이 해변

뒤편 언덕에는 고급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사유지가 많아 해변까지 개인 소유인 것처럼 보이지만, 와테고스 비치 자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이다.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거나 케이프 바이런 워킹 트랙에서 연결되는 길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주택 사이로 난 길이나 진입로 중에는 사유지가 있으므로 표시된 공공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는 편이 좋다.

이 외에도 바이런 베이 도심과 케이프 주변에는 벨롱길 비치(Belongil Beach), 메인 비치(Main Beach), 클라크스 비치(Clarkes Beach), 더 패스(The Pass), 리틀 와테고스 비치(Little Wategos Beach), 탤로 비치(Tallow Beach), 코지 코너(Cosy Corner) 등 여덟 곳 안팎의 주요 해변이 이어진다.

그래서 바이런 베이의 거리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사람도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는 서퍼다. 자전거 옆에 보드를 매단 사람도 있고, 낡은 밴 위에 여러 장을 겹쳐 싣고 파도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마을 어디에서 출발해도 해변까지 멀지 않아 자동차 없이 보드를 들고 걸어가는 일이 자연스럽다.

서핑 보드를 들고 거리를 걸어가는 서퍼들

케이프 바이런을 중심으로 해변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바람과 너울의 방향이 바뀌어도 어딘가에는 탈 만한 파도가 생긴다. 잔잔한 날에는 메인 비치와 클라크스 비치에서 보드 위에 서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와테고스에서는 긴 롱보드를 타고 여유롭게 파도를 따라갈 수 있다. 더 패스에서는 곶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오른쪽 파도를 만날 수 있으며, 반대편의 탤로 비치는 바다에 그대로 노출되어 좀 더 빠르고 힘 있는 파도를 만들어낸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자신의 수준과 그날의 조건에 맞는 바다를 고를 수 있는 셈이다.

한겨울에는 수온이 온화하고, 파도는 거의 일 년 내내 들어온다. 서핑을 마친 뒤에는 보드숏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하루를 통째로 해변에서 보내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바이런 베이가 서퍼들의 목적지가 된 것은 파도의 높이뿐 아니라 바다에 들어가 파도를 타는 일이 일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와 명상이 일상인 동네

바이런 베이의 아침은 요가와 명상으로 시작된다. 여섯 시 반쯤 해변에 나가면 모래 위에 매트가 스무장쯤 펼쳐져 있다. 파도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부좌를 틀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1970년대 이 지역에 정착한 히피와 자연주의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실천했던 명상과 요가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8년 문을 연 바이런 요가 센터(Byron Yoga Centre)를 비롯해 마을 곳곳에는 초보자도 하루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요가·명상 스튜디오와 장기 체류형 리트리트가 자리한다. 여행자는 숙소를 예약하듯 아침 요가와 사운드 배스, 호흡 명상 체험 프로그램을 골라 예약할 수 있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15분 거리의 브런즈윅 헤즈(Brunswick Heads). 이곳에 있는 B3는 바이런 베이 웰니스 문화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다. 이름은 근력 운동을 뜻하는 빌드(Build), 호흡을 의미하는 브레스(Breath), 회복을 위한 배스(Bath)의 머리 글자에서 가져왔다. 한 공간에서 근력 운동과 요가, 필라테스, 호흡 훈련을 하고, 핀란드식 사우나와 적외선 사우나, 마그네슘 온탕과 냉탕까지 이용할 수 있다.

크리스털 캐슬 앤드 샴발라 가든스

조금 더 깊게 경험하고 싶다면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멀럼빔비(Mullumbimby) 인근의 크리스털 캐슬 앤드 샴발라 가든스(Crystal Castle & Shambhala Gardens)로 향하면 된다. 5헥타르 규모의 아열대 정원 안에 거대한 수정과 불상, 명상 공간과 세계평화탑이 함께 놓여 있다. 크리스털 볼의 맑은 울림을 들으며 편안하게 안내에 따라 명상을 즐기거나, 크리스털로 만든 미로 같은 길을 천천히 산책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전시물은 ‘드래곤 에그(Dragon Egg)’라 불리는 무게 10톤의 자수정 정동석이다. 약 1억2천만 년 전에 형성된 우루과이산 원석으로, 사람 한 명이 내부에 들어가 앉을 수 있을 만큼 크다. 백악기 전부터 존재해온 보랏빛 결정 앞에서 인간의 시간 단위는 잠시 사소해지는 듯하다.

크리스털 캐슬 앤드 샴발라 가든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바이런 베이 시내에서는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 볼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2~3층 높이라 야자수와 유칼립투스가 건물보다 높은 광경이 대부분이다. 바이런 베이는 오랫동안 저층 경관을 지키기 위해 건물 높이를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덕분에 관광객이 몰리는 휴양지가 된 지금도 스카이라인은 도시보다 해변 마을에 가깝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도 하늘만은 넓게 열려 있다.

시내의 중심축은 존슨 스트리트(Jonson Street)다. 1894년 철도역이 문을 연 뒤 승객과 물자가 오가면서 거리 주변에 상점과 숙소가 모이기 시작했다. 여객 철도 운행은 2004년 중단됐지만 옛 역과 철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존슨 스트리트 전체는 제법 길지만 상점이 밀집된 중심 구간은 십여 분이면 걸을 수 있다. 짧은 거리 안에 식당과 카페, 부티크가 촘촘히 들어차 있다.

바이런 시어터와 커뮤니티 센터

바이런 베이의 쇼핑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 작은 마을에서 출발해 호주 전역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뿐 아니라 차로 몇 분 떨어진 아츠 앤드 인더스트리얼 에스테이트(Arts & Industrial Estate)에도 독립 디자이너의 쇼룸과 세라믹 숍, 웰니스 브랜드, 로스터리와 베이커리가 모여 있다. 예전의 공업 지대가 지금은 바이런 베이의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내는 창작 지구가 되었다.

카페도 많고 커피도 대체로 훌륭하다. 특히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면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다. 오전 아홉 시쯤 카페 앞 인도에는 서핑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젖은 머리로 앉아 있다. 맨발인 사람도 드물지 않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관광객을 위해 연출된 장면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흘쯤 지나자 나 역시 슬리퍼를 신은 채 발에 모래를 묻히고 카페를 드나들고 있었다. 여행지의 생활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이런 커뮤니티 마켓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중심가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하고, 길을 잃으려고 노력해도 좀처럼 길을 잃기 어렵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매월 첫째 일요일 열리는 바이런 커뮤니티 마켓에서는 수공예품과 빈티지 의류, 천연 비누와 보헤미안풍 장신구를 만날 수 있다. 목요일 아침의 파머스 마켓에는 노던 리버스 지역의 농부들이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 달걀, 갓 구운 빵과 커피를 들고 나온다. 거리 곳곳에서는 버스커의 음악이 들린다. 기타 하나를 멘 여행자도 있고, 앰프와 마이크를 갖춘 제법 전문적인 밴드도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거리에는 조급함이 별로 없다. 호객도 흥정도 없고, 가게에 들어가도 점원이 뒤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다만 성수기의 도로와 주차장은 전혀 느긋하지 않다.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중심가를 몇 바퀴 도는 것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걸어오는 편이 낫다. 작고 여유로운 마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미식 동네

바이런 베이의 식당들은 ‘로컬’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여기서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마을 뒤편으로 노던 리버스(Northern Rivers)의 비옥한 농장과 목장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 기후에서 자란 아보카도와 망고, 마카다미아, 커피를 비롯해 지역에서 생산한 치즈와 육류, 인근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이 식탁에 오른다. 식당 메뉴에 농장이나 생산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더팜바이런베이

마을 북쪽의 더 팜 바이런 베이(The Farm Byron Bay)는 약 80에이커 규모의 실제 농장 안에 레스토랑과 베이커리, 식료품점과 교육 공간이 함께 들어서 있다. 밭과 과수원, 가축이 있는 농장을 둘러본 뒤 이곳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지역 생산자에게 공급받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농장 안의 레스토랑 쓰리 블루 덕스(Three Blue Ducks)는 제철 식재료와 윤리적인 생산 방식을 중시하지만, 분위기는 근사한 농가의 긴 점심처럼 편안하다.

특별한 한 끼를 원한다면 와테고스 비치 앞의 레이스 다이닝 룸(Raes Dining Room)이 있다. 하얀 외벽과 곡선형 아치가 인상적인 부티크 호텔 안에서 노던 리버스의 식재료를 지중해 풍으로 풀어낸 현대 호주 요리를 선보인다. 픽시 이탈리안(Pixie Italian)은 존슨 스트리트의 세련된 공간에서 파스타와 이탈리아식 해안 요리를 내놓는다. 도시적인 인테리어를 갖췄지만 분위기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노 본스(No Bones)는 식물성 재료만으로 대담한 맛을 만드는 비건 레스토랑이다.

파인 레스토랑이라면 옷차림부터 고민할 법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드는 동네답게 바이런 베이에서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다. 깔끔한 리조트웨어나 셔츠 한 장이면 대부분의 자리에 충분하다.

대신 예약은 느긋해서는 안 된다. 바이런 베이에서는 옷은 가볍게 입어도 되지만, 저녁 식사만큼은 미리 계획해야 한다. 11월부터 여행객이 늘기 시작하고, 호주의 여름방학과 크리스마스, 새해 연휴가 겹치는 12월 말부터 1월에는 인기 레스토랑의 좋은 시간대가 빠르게 찬다. 좌석이 많지 않은 곳은 몇 주 전부터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11월부터 날씨가 더워지면서 바이런 베이를 찾는 여행자가 늘고,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는 가장 붐비는 시기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도 사뭇 다르다. 두꺼운 코트 대신 수영복과 반바지를 챙겨 입고, 아이스박스와 담요를 들고 해변이나 공원으로 향한다.

해변가 산타

이 무렵 토요일 저녁이면 트와일라잇 마켓(Byron Twilight Market)이 바이런 베이의 긴 여름밤을 밝힌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레일웨이 파크(Railway Park)에서 오후 네 시부터 아홉 시까지 열리는 야시장이다. 초저녁이 되면 잔디밭을 따라 현지 디자이너의 옷과 수공예품, 천연 화장품과 음식을 파는 노점이 늘어선다. 한쪽에서는 지역 음악가들이 연주하고,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닌다.

15 바이런베이 크리스마스 공연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은 마을이 의외로 조용하다. 많은 상점과 카페가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고, 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집이나 해변에서 하루를 보낸다. 관광지라고 해서 일 년 내내 여행자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바이런 베이에서 보낼 계획이라면 식당을 미리 예약하고, 필요한 음식도 전날 준비해두는 편이 좋다.

연말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는 것은 12월 31일이다. 이날 존슨 스트리트와 메인 비치 데닝 파크(Dening Park)를 중심으로 무료 거리 축제인 솔 스트리트(Soul Street)가 열린다. 거리와 해변 공원이 공연장으로 바뀌고, 오후 네 시부터 음악 공연과 거리 예술, 음식 노점이 이어진다.

솔 스트리트의 특징은 술과 불꽃놀이 대신 사람과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행사 구역은 알코올 프리로 운영되고, 자정이 되어도 대규모 불꽃놀이는 펼쳐지지 않는다. 가족들은 잔디밭에 담요를 깔고 앉아 공연을 보고, 아이들은 밤늦도록 공원을 뛰어다닌다. 화려한 불꽃이 없어 조금 심심할 것 같지만, 바다와 음악, 낯선 이들의 환호만으로도 새해를 맞기에는 충분하다. 축제를 마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잠깐 눈을 붙인 뒤 호주 동쪽 끝에서 새해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케이프 바이런 등대로 향한다.

바이런 베이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이런 베이의 상주 인구는 불과 6천 명 남짓이다. 마음먹고 걸으면 반나절 안에 중심가를 모두 둘러볼 수 있고, 케이프 바이런 등대를 제외하면 멀리서도 알아볼 만한 높은 건물이나 거대한 랜드마크도 없다. 세계적인 박물관이나 웅장한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주 동쪽 끝, 바이런 베이의 케이프 바이런 등대의 일출

그런데도 바이런 베이를 다녀온 사람들은 이 마을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는 해변에서 요가를 하고, 낮에는 파도를 기다리며, 저녁에는 맨발로 시장을 걷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는 곳. 그것이 바이런 베이가 여행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반복되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아무 계획없이 며칠을 보내고 싶다면, 세계 곳곳에서 흘러온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나고 싶다면 바이런 베이로 떠나자.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특별해지고야 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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