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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랍속여행기억] 요즘 뜨는 도시_ 애틀랜타
2025.11.24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X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내 서랍 속의 여행 기억 애틀랜타

애틀랜타(Atlanta)로 이민 간 친구가 말했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도시는 뉴욕도, 로스앤젤레스도 아닌 애틀랜타라고. 지도를 펼쳐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화려함으로 압도하는 도시도 아니고, 뚜렷한 랜드마크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친구의 말을 확인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착한 미국 남부의 관문, 하츠필드-잭슨 공항(Hartsfield-Jackson International Airport)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답게 북적였지만, 의외로 입국 과정은 매끄러웠다. 대한항공의 인천-애틀랜타 노선에 도입된 위탁 수하물 원격 검색(IRBS) 시스템 덕분에 수월하게 시내로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애틀랜타에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왜 이곳이 미국의 차세대 핫스팟이라 불리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숫자 너머, 진짜 애틀랜타

애틀랜타는 오랫동안 ‘교통의 도시’로 불려왔다. 미국 남동부를 관통하는 항공과 철도의 중심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이 있는 곳.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애틀랜타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문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목적지’로 변모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_ 코카콜라 박물관
월드 오브 코카콜라_ 코카콜라 박물관

몰랐었다. 코카콜라(Coca-Cola), 델타항공(Delta Air Lines), UPS, CNN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애틀랜타에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라는 코카콜라의 제조 레시피가 여전히 코카콜라 박물관(World of Coca-Cola) 금고 속에 잠들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구글(Google)이 캠퍼스를 세웠고, 미국 카드 결제의 70% 이상이 이 도시를 거쳐 가기에 ‘핀테크의 심장(Fin Tech Hub)’이라 불린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애틀랜타가 진정으로 변화한 이유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에너지에 있었다.

폰스시티마켓

그 변화는 걷는 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애틀랜타 벨트라인(Atlanta BeltLine)은 버려진 철길을 보행로로 재생시킨 공간이다. 주변에는 폰스 시티 마켓(Ponce City Market) 같은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고, 과거 시어스 창고였던 건물은 이제 레스토랑, 갤러리, 바가 어우러진 도시의 거실이 되었다. 옥상에선 놀이공원과 루프탑 바가 운영되며, 해질 무렵 도시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재생의 도시’ 애틀랜타가 드러난다.

언더그라운드 애틀랜타

언더그라운드 애틀랜타(Underground Atlanta)는 또 다른 변화의 상징이다. 1969년에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로 다시 태어나 낮에는 관광객과 상점으로 붐볐고, 밤에는 재즈와 블루스 클럽, 디스코장이 되었었다. 그 후 1980년대에 영화 ‘샤키의 머신(Sharky’s Machine, 1981)’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의 배경이 되며 도시 정체성을 보여주었으나, 1990년대 이후 쇠퇴기를 맞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벽화와 팝업 전시, 지역 축제로 활력을 되찾으며 과거의 유흥 공간에서 창조적 문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다운타운 남쪽의 캐슬베리 힐(Castleberry Hill)은 예술가들의 실험실 같은 동네다. 매달 열리는 ‘아트워크(Art Walk)’ 행사 때 골목 전체가 전시장으로 바뀐다. 리틀 파이브 포인츠(Little Five Points)는 빈티지 숍과 레코드점, 그래피티, 소규모 공연장이 모여있다.
여기에 더해, 남부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하이 미술관(High Museum of Art)은 세계적 수준의 컬렉션과 백색 곡선 건축으로 애틀랜타의 문화적 위상을 보여준다. 애틀랜타가 힙합과 인디 음악의 메카이자, 예술적 다양성을 품은 도시로 자리 잡은 것도 이 같은 풍경 덕분이다.

숲과 축제의 도시

애틀랜타는 숲이 많아 ‘숲의 도시(City in a Forest)’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도시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나무와 녹지로 덮여 있으며, 크고 작은 공원만 300개가 넘는다. 고층 빌딩 사이로도 녹지가 파고들어 있어 도심을 거닐면 어디서나 나무 그늘과 마주친다.

피드몬트 공원

특히 피드몬트 공원(Piedmont Park)은 현지 일상과 도시의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말이면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벼룩시장에서 로컬 브랜드를 발견하는 MZ들, 그리고 각종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매년 봄 열리는 애틀랜타 도그우드 페스티벌(Atlanta Dogwood Festival)은 공원을 꽃으로 수놓고, 여름에는 애틀랜타 재즈 페스티벌(Atlanta Jazz Festival)이 미국 최대 규모의 무료 재즈 공연으로 도시를 울린다. 가을에는 푸드&와인 페스티벌, 겨울에는 홀리데이 마켓과 크리스마스 조명 축제가 열리며, 공원은 계절을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바로 옆에 자리한 애틀랜타 식물원(Atlanta Botanical Garden)은 계절마다 다른 테마 전시와 조형물, 야간 조명 축제들로 피드몬트 공원의 매력을 더한다.

피드몬트 공원

‘숲의 도시’라는 별명은 그냥 붙은 수식어가 아니었다. 애틀랜타가 자연과 사람, 공동체와 문화를 연결하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주는 이름이었다.

할리우드 오브 더 사우스

지난 20여 년 동안 애틀랜타는 세금 감면 혜택과 대규모 촬영 단지를 내세우며 할리우드 못지않은 역할을 해냈다. 그렇게 얻은 이름이 ‘할리우드 오브 더 사우스(Hollywood of the South)’다. 대표적인 장소가 잭슨 스트리트 브리지(Jackson Street Bridge)다.

잭슨 스트리트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시즌 1에서 주인공 릭이 말을 타고 텅 빈 고속도로를 지나 도심 으로 들어오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체로키 애비뉴(Cherokee Avenue)와 그랜트 파크(Grant Park) 일대는 평범한 주택가지만, 드라마 속 긴장감 어린 장면들로 유명하다. 조지아 월드 콩그레스 센터(Georgia World Congress Center)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하이테크 연구 시설과 공항 장면 배경으로 쓰였고, 스완하우스(The Swan House)는 헝거게임 속 대통령 저택으로 등장해 전통 남부 저택의 품격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곳은 타일러 페리 스튜디오(Tyler Perry Studios)다. 미국의 흑인 배우 및 영화 감독인 타일러 페리가 세운 이 초대형 단지는 할리우드의 오랜 백인 중심 제작 체계를 뒤흔든 공간이다. 과거 군사 기지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큰 영화 스튜디오 중 하나로, 흑인 영화인과 소수자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무대와 기회의 상징이 되었다.

애틀랜타는 영화 산업의 비용 효율적 대안이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을 담은 새로운 창작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거리와 건물, 공원과 다리는 세계적인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거대한 무대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할리우드 더 오브 더 사우스’라는 이름은 애틀랜타의 정체성을 압축한 또 하나의 얼굴이다.

애틀랜타의 맛, 소울 푸드

애틀랜타의 매력을 이야기할 때 음식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애틀랜타는 미국 남부 흑인 공동체가 지켜온 소울 푸드(Soul Food)의 본고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울 푸드는 노예제 시대를 거쳐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이어온 문화적 자산이다. 프라이드 치킨, 콜라드 그린(Callard Greens), 맥 앤 치즈(Mac & Cheese), 콘브레드(Cornbread), 그리고 치킨과 와플(Chicken & Waffles)과 같은 조합은 애틀랜타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지 비 카페와 대표메뉴 치킨&와플 메뉴

1947년 문을 연 비지 비 카페(Busy Bee Cafe)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대표적 공간이다. 이곳의 치킨과 와플을 맛보는 일은 애틀랜타 흑인 공동체가 쌓아온 삶과 자부심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부 스타일 바비큐도 빼놓을 수 없다. 훈연한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스로 버무린 브리스킷과 립은 현지에서 꼭 맛봐야 하는 메뉴다.

여기에 더해 벨트라인 인근의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Krog Street Market)은 로컬 미식 문화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남부식 바비큐부터 아시아 퓨전, 비건 요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푸드홀로, 젊은 세대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미식 핫스팟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흑인 공동체의 뿌리를 바탕으로 한 애틀랜타의 음식 문화에 이민자들이 더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졌다는 사실이다. 멕시코,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모여 살면서 타코와 스시, 커리, 팔라펠 같은 메뉴도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 결과 애틀랜타는 전통과 글로벌 트렌드가 공존하는 식문화가 발달하게 되었고, 이는 곧 도시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게 되었다.

그 밖에 스위트워터 브루잉 컴퍼니(SweetWater Brewing Company) 같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하며 소울 푸드 전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애틀랜타가 새로운 식문화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

5 애틀랜타 전경

애틀랜타가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벨트라인을 따라 걷다가 거리 예술을 마주하고, 캐슬베리 힐(Castleberry Hill)에서 전시를 보고, 리틀 파이브 포인츠(Little Five Points)에서 인디 밴드 공연을 듣고, 밤에는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알 수 있다. 애틀랜타는 로컬들의 삶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남부 특유의 따뜻한 온기가 있다.

무엇보다 뉴욕처럼 빠르지 않고, LA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애틀랜타에는 그곳만의 리듬이 있다. 역사적으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고향이자 인권운동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다문화적 에너지와 창의적인 재생 실험이 결합해 미래를 향한 또 다른 길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이 자라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애틀랜타가 주목받고 있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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