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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서랍속여행기억] 상상력으로 쌓아올린 미래가 눈 앞에_ 두바이
2025.05.19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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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초콜릿 열풍에 동참하듯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흡사 SF영화 속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도시는 사막 한가운데서 튀어나온 거대한 유리섬 같았다. 뜨거운 공기를 타고 모래바람이 불어도 건물들의 유리 표면은 단 한 점의 먼지도 허락하지 않을 듯 반짝였고, 두바이 마리나의 운하를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들은 은빛 갑옷을 입은 거인들처럼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 사이로 드론처럼 움직이는 요트들이 물살을 갈랐고, 하늘에서는 헬리콥터의 날갯짓 소리가 낮게 울리곤 했다.

누가 이런 곳에 도시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미래를 너무 앞서 본 사람들이 아닐까.

시간을 앞서가는 두바이의 꿈꾸는 건축

두바이는 유리와 강철로 쌓아 올린 기묘한 건축 퍼즐 같았다. 그 첫 번째 퍼즐은 바로 두바이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다. 부르즈 칼리파는 두바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톰 크루즈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밧줄에만 의지한 채 아찔한 유리창 외벽을 타고 올랐던 바로 그 건물이 맞다. 첨탑을 포함한 높이는 ‘829m’. 숫자만 봐서는 크기가 짐작되지 않았는데, 실제로 발밑에서부터 건물 끝까지 눈으로 훑어 올라가보니 그냥 높은 게 아니었다.

화려한 두바이 밤의 스카이라인

건축적으로 보면 인간의 오만함과 천재성이 혼재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한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는 이슬람 건축의 나선형 첨탑을 떠올리며 “Y”자 모양을 그려냈다고 하는데, 사실 그 곡선은 바람을 피해가는 똑똑한 꼼수이기도 하다. 초고층 건물은 바람과 싸워야 하니까.
콘크리트 33만㎥, 강철 3만 톤 이상이 들어갔고 유리창은 26,000개가 넘는다. 건물 꼭대기엔 200m가 넘는 강철 조각으로 만들어진 첨탑이 있다. 그게 없어도 충분히 높았을 텐데 의도가 궁금해진다.

두바이 프레임(Dubai Frame)을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는 AI가 만들어낸 가상 건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거대한 사진틀 하나가 하늘에 걸려 있는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진짜였다. 높이 150m, 너비 95m. 짐작만 하다가 눈앞에 두고보니 그 크기가 사람을 압도한다. 두바이가 아니면 불가능한 건축물이 아닐까.
한쪽으로 낡고 먼지 묻은 구시가지가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반짝이는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른다. 과거와 현재가 두바이 프레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프레임은 두 개의 타워로 서 있고, 그 꼭대기를 93m 길이의 다리가 잇고 있다. 다리는 바닥 일부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데 그 위에 서 있으려니 어지럽기도 했지만 아슬아슬한 묘미가 있다.

두바이 프레임

2018년에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두바이의 역사도 보여주고 있다. 건물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의 통로에는 옛날 사진들과 빛바랜 지도들, 그리고 이 도시가 꿈꾸는 미래를 화려한 영상으로 풀어낸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두바이가 얼마나 빠르게 자신을 지워내고 다시 쓰는 도시인지 새삼 느꼈다. 소설이라면 좀 과장됐다고 할 법한 속도다.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페르난도 도니스라는 건축가인데, 금빛 스테인리스강으로 외관을 감싼 그의 구상은 두바이의 취향에 딱 맞아 떨어진다. 낮에는 건물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찌르고, 밤에는 조명 아래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두바이라는 도시를 특별하게 보고 싶다면, 무조건 가봐야 한다.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터무니없는 발상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두바이는 늘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능이 있는데 이곳은 그 정점을 보여준다. 바다 위에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을 만든다? 그리고 정말 현실로 만들어버리다니. 사진으로 봤을 때 실제인지 컴퓨터그래픽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사진 속으로 발을 내딛으면 모래와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이 거대한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팜 주메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인공 섬 중 하나로, 2001년에 공사가 시작돼 2008년쯤 첫 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은 하나같이 크고, 번쩍이고, 해변은 끝없이 깨끗하다. 그 아래 깔린 모래가 원래 바다 밑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약간 소름이 돋기도 한다. 이 섬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 옮겼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을까?

두바이 최초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의 일몰

팜 주메이라는 야자수 잎처럼 뻗은 17개의 가지와 그 끝을 둥글게 감싸는 초승달 모양의 방파제가 구조의 핵심이다. 가지마다 럭셔리 빌라와 호텔이 줄지어 있고, 초승달 부분에는 유명한 아틀란티스 더 팜(Atlantis The Palm)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는 물고기 떼가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수족관과 물놀이 공원이 유명한데, 한 번쯤 마주한다면 자본력이라는 힘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교통은 좀 복잡할 수 있다. 섬 안으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는 모노레일이나 자동차뿐이라 주말이면 도로가 꽉 막히기도 한다. 그래도 그 끝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특히 해가 질 때쯤, 바다와 건물들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왜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알 것 같다.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섬은 인간이 꿈꾸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듯 터무니없이 거대하고, 터무니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두바이 마리나 조감도

두바이 마리나(Dubai Marina)는 영화 세트장 같다. 끝없이 늘어선 고층 빌딩들과 그 사이를 가르며 흐르는 인공 수로, 그리고 물 위에 떠 있는 요트들. 사람들의 욕망과 즐거움이 얽힌 공간으로 억만장자가 요트를 띄우는 모습과 관광객이 셀카를 찍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 간극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마리나 중 하나이며, 2003년에 착공해서 점차 모습을 갖춰갔다.

페르시아만 해안선을 따라 3㎞ 넘게 뻗은 수로를 중심으로 주변엔 200개가 넘는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마리나 워크(Marina Walk)를 따라 걷다 보면 레스토랑, 카페, 쇼핑몰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요트를 타고 오가고, 해변 근처의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Jumairah Beach Residence)에서는 음악 소리과 웃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중에는 꼬인 듯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카얀 타워(Cayan Tower)도 있는데, 건물이 회전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두바이의 건축적 야심이 얼마나 엉뚱하고 화려한지를 잘 보여준다. 밤이 되면 건물마다 불이 켜지면서 모여든 빛이 물 위에서 춤을 춘다.

두바이 크릭하버

한편 두바이 크릭 하버(Dubai Creek Harbour)는 또 다른 인공 섬 프로젝트다. 다운타운 두바이(Downtown Dubai)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거리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에마르 프로퍼티스(Emaar Properties)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6㎢에 달하는 땅 위에 펼쳐져 있다. 팜 주메이라 같은 인공 섬은 아니지만 자연과 인공이 얽힌 두바이만의 특징을 자랑한다.

중심에는 두바이 크릭 타워(Dubai Creek Tower)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 타워는 부르즈 칼리파를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공사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되었고, 현재는 재설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이슬람 건축의 미나렛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하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모두 완공되면 과연 어떤 장관일지 기대가 된다.

아트 두바이, 콘크리트 사이로 스며든 예술의 물결

두바이의 매력은 하늘을 지르는 건축물만이 아니다. 두바이는 이제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더불어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중동의 부자 도시에서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두바이는 아트 두바이(Art Dubai)와 두바이 디자인 위크(Dubai Design Week)와 같은 대형 예술 행사를 주최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예술업계를 한 자리에 모으고 있다. 전 세계 컬렉터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아트 두바이에는 100개가 넘는 갤러리가 참여한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는 디자인은 물론 건축, 패션, 그래픽 아트들이 얽힌 아티스트들의 축제가 되고 있다. 이 행사들은 두바이를 돈으로만 굴러가는 도시가 아닌 상상력과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바꿔놓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예술로 또 다른 내일을 그리고 있다.

알 세르칼 애비뉴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알 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가 있다. 알 쿠오즈(Al Quoz)라는 공업 지구에 자리 잡은 이곳은 얼핏 보면 창고와 공장들 사이에 묻혀 있을 법한 평범한 공간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콘크리트 벽 사이로 예술과 상상력이 스며들어, 두바이의 좀 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얼굴을 보여준다.

2008년 알 세르칼 가문의 손에서 시작된 이곳은 원래 대리석 공장이 있던 자리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현대 미술 갤러리와 창작 공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5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공간에 70개가 넘는 갤러리와 예술 공간, 디자이너 스튜디오, 카페들이 빼곡하다. 그래서 여기엔 지역 예술가와 세계 곳곳에서 모인 창작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생동감이 있다.

특히 콘크리트(Concrete)라는 공간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OMA가 설계한 첫 번째 UAE 프로젝트로, 전시회나 공연, 패션 행사까지 다채롭게 소화하는 곳이라고 했다.

또 매년 열리는 쿠오즈 아트 페스트(Quoz Arts Fest)나 알 세르칼 아트 위크(Alserkal Art Week)는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거리엔 음악이 흐르고, 푸드 트럭이 늘어서고, 작업실에선 워크숍이 열린다. 독립 영화가 상영되는 시네마 아킬(Cinema Akil)도 인상 깊었다.

두바이 오페라
두바이 오페라(Dubai Opera)

두바이 오페라(Dubai Opera)는 다운타운 두바이의 화려한 고층 빌딩과 분수 사이에서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서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곳이 아니라 도시의 꿈과 상상력이 얽힌 공간이었다. 전통 아랍 선박인 다우(dhow)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형 디자인은 두바이의 해양 유산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2016년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으로 문을 연 두바이 오페라는 2,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다. 오페라뿐 아니라 발레, 콘서트, 연극, 심지어 갈라 디너까지 소화할 수 있는 크기다. 영국 건축가 야누스 로스토크가 설계했으며, 극장 모드, 콘서트홀 모드, 그리고 평평한 바닥 모드로 변신할 수 있다. 2,900개의 LED로 만들어진 거대한 샹들리에가 내부에 걸려있는데 그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에티하드 박물관

두바이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 에티하드 박물관(Etihad Museum)은 두바이의 화려함 속에서 조금 다른 숨결을 가진 공간처럼 느껴졌다. 주메이라 1(Jumeirah 1)에 위치한 이곳은 1971년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이 탄생한 바로 그 장소다. 그래서 건물 자체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같은 존재다.

2017년 1월에 문을 연 에티하드 박물관은 캐나다 건축사무소 모리야마&테시마가 설계했으며 외관이 마치 커다란 문서처럼 생겼다. 이는 UAE 헌법이 쓰인 종이를 형상화한 거라고 한다. 입구에는 일곱 개의 황금빛 기둥이 서 있는데, 연합을 선언한 일곱 에미리트의 창립자들이 서명할 때 썼던 펜을 상징한다.
지하로 내려가면 8개의 전시관이 펼쳐진다. 첫 번째 관에선 UAE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흐르고, 두 번째 관에선 연합 전 시대를 보여주는 거대한 인터랙티브 지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타임라인과 창립자들의 개인 물품, 헌법 초안까지. 이곳은 1968년부터 1974년까지의 이야기를 촘촘히 풀어낸다. 실제 서약을 했던 장소인 유니언 하우스(Union House)도 옆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창립자들이 모여 서명한 순간을 상상하니 묘한 전율이 왔다.

상상력의 붓으로 그려낼 내일

최첨단 건물들이 즐비한 두바이

두바이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이곳에 왔지만 내가 본 두바이는 현실이 픽션보다 더 대담한 꿈의 도시였다. 모래 위에 유리와 강철로 쌓아 올린 거대한 꿈들, 과거의 크릭에서 미래의 타워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선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반짝이는 욕망과 상상력. 우리가 꿈꾸는 한계를 시험하는 실험실 같았고, 그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훗날 두바이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상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바이는 짐작이 불가능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이 다를 두바이의 순간을 볼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이다.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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