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광활한 동토의 땅, 태양의 귀환_ ①상트페테르부르크
2019.05.17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밤이 사라진 도시의 여름 축제

표트르 대제의 역작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다. 화려하다는 수식어로는 부족할 만큼 아름다운 궁전과 건물이 줄을 선 곳. 그래서 어느 때에 여행해도 볼거리가 많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5월부터 7월 사이가 더 좋다.

페테르고프의 분수
동토의 봄을 알리는 페테르고프의 분수 ⓒShutterstock_Leonid Andronov

5월이면 봄을 맞은 여름 궁전은 말 그대로 물이 오른다. 여름 궁전이라 불리는 페테르고프는 황제의 여름 거처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됐다. 여름과 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래서인지 페테르고프 정원에는 분수가 가득하다. 힘차게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아름다운 분수는 가을, 겨울에는 쉬었다가 봄이 오면 다시 일을 시작한다.
분수가 동면에서 깨어난 날을 기념해 5월 중순에는 분수 시즌 개막식이 열리는데, 이때의 모습이 장관이다. 음악 연주와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와 함께 분수가 하나씩 가동된다. 이렇게 깨어난 분수들은 9월 폐막식 때까지 페테르고프의 정원을 지킨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5월을 분수 쇼가 장식한다면, 이어지는 여름에는 백야가 도시를 물들인다.
위도가 높은 지방에는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여러 달 이어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밤 11시까지 내내 밝았다가 새벽 2시쯤 돼야 좀 어두워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고작 한 시간 뒤 반짝 고개 든 해와 함께 도시는 다시 밝아진다.

'붉은 돛' 축제
백야 축제의 하이라이트, ‘붉은 돛’ 축제 ⓒShutterstock_Pavel L Photo and Video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등지에서는 전통적으로 백야 축제를 개최하는데 그중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제가 가장 크고 유명하다. 백야 축제 기간에는 도시 곳곳에서 여러 이벤트가 진행된다.

마린스키 극장
‘백야의 별’이라는 고전 음악 축제가 열리는 마린스키 극장. ⓒShutterstock_Olga Visavi

마린스키 극장과 마린스키 콘서트홀에서는 ‘백야의 별(The Stars of the White Nights)’이라는 고전 음악 축제(2019년에는 5월 22일~7월 21일)가 열리고 네바강 강변에는 붉은 돛을 단 범선이 등장해 해적들과 결투를 벌이는 ‘붉은 돛(Scarlet Sails)’ 축제(2019년에는 6월 21일~22일)가 열린다. 이는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어린이 소설 <붉은 돛>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린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매일 바닷가에 나가 붉은 돛을 단 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아이들에게 희망과 미래, 인내를 가르치는 동화인데, 일반적으로 졸업식 축사에 빈번하게 활용된다. 덕분에 붉은 돛 축제는 6월 한 학년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백야 축제의 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다.

네바강에서의 백야 축제_ 도개교 개방 모습
백야 축제 기간에는 더욱 특별해지는 도개교 개방. ⓒShutterstock_Andrew Koturanov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즐기던 사람들은 새벽 2시쯤에는 네바강 강변으로 몰려든다. 백야 축제의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네바강 위에 놓인 4개의 도개교가 15분의 간격을 두고 하나씩 90도 각도로 열리는 것.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여는 것은 정기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백야 축제 기간에는 다리가 열릴 때 집시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하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어느 때보다 뜨겁고 밝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 축제의 현장에 함께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상트페테르 부르크 하계시즌 주 3회(화, 목, 일)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