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항공상식Q&A] 하늘 위의 경찰관은 따로 있다?
2023.07.13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최근 뉴스에서 기내 난동 사건들을 봤는데요, 여기에 대처하는 승무원들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기내에서 발생한 불법 방해 행위들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됐죠. 난동을 피우는 승객을 승무원들이 제압하는 모습도 보셨을 겁니다.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경찰관’으로서의 법적 권한까지 생긴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 “기장과 승무원이 사법경찰관 직무 수행”

항공기 운항에 앞서 승무원들이 운항브리핑을 하고 있는 사진.
항공기 운항에 앞서 운항·객실 승무원들이 운항 브리핑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공기를 모는 기장 ▲객실승무원 ▲기장의 지원 요청을 받은 사람은 기내 불법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항공기에 항상 경찰관이 타거나 비행 중간에 경찰을 부를 수 없으니, 승무원들에게 ‘하늘 위의 경찰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겁니다.

▶ 사법경찰직무법

제7조 ② 항공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하여는 기장과 승무원이 제1항에 준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 항공보안법

제22조 ① 기장이나 기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 또는 승객의 항공기 탑승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항공운송사업자 소속 직원 중 기장의 지원 요청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는 사람에 대하여 그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승무원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만취 승객을 제압한다고 해봅시다. 승무원의 행위는 기내 안전을 지키는 승무원 고유 업무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기내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길거리에서 범죄자를 체포하는 경찰관처럼 ‘사법경찰관’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죠.

기내 난동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먼저 해당 승객에게 3차례에 걸쳐 안내·경고를 합니다. 그런데도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계속돼 불가피하게 기내 난동 제압 및 체포가 결정되면, 이후 명확한 법 집행 절차에 따라 대응하게 됩니다. 승무원들이 항공기 착륙 직후 용의자를 경찰에 인계하는 것도 이 같은 사법 절차에 따른 겁니다. 만약 해당 항공기에 항공사 직원이 타고 있다면 이 직원 역시 기장의 요청에 따라 안전 업무를 도울 수 있습니다.

기내에서 발생한 불법 방해 행위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수많은 승객들에게 공포심을 조성하고 안전 운항을 방해하는 등 항공사와 승객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국가에서 자국법에 기내 난동을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항공보안법’에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국제민간항공협약 등 국제협약에 따라 공항시설, 항행안전시설 및 항공기 내에서의 불법 행위를 방지하고 민간항공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절차 및 의무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 어떤 행위가 불법 방해 행위인가요?
불법 방해 행위란 ‘항공 수송을 할 때 민간항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나 시도’를 뜻합니다. 그럼 어떤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까요?

가장 일반적으로는 기내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승무원 및 다른 승객에게 폭언을 퍼붓는 행위가 있겠죠. 기내에서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신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도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승무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기장의 허락 없이 조종실 출입을 시도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비상구 문 개방도 불법 방해 행위에 해당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항공보안법 제23조에 ‘승객의 협조 의무’로 명시돼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링크 바로가기)

불법 방해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 승객에 대해서는 항공사가 탑승을 금지시키는 ‘노플라이(No-Fly)’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입니다. 대한항공은 2017년 6월부터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내에서 폭행, 성추행, 지속적 업무 방해 등 형사 처벌 대상인 불법 행위를 한 승객에 대해서는 내부 심사를 거쳐 노플라이 대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좌석이 빽빽이 들어선 기내 모습 사진.
항공기의 특성상 기내 난동 행위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노플라이 리스트를 운영하고 불법 방해 행위에 높은 형량을 적용합니다. 미국의 경우 기내 승무원을 폭행·협박하거나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우리 돈 3억 원 상당)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로 취급합니다. 미국 법원은 지난 2016년 부산발 괌행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한국인 치과의사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공항 등지에서 난동을 부린 자국민을 ‘비문명 행위자’ 명단에 올립니다. 이 명단에 올라가면 출국이나 은행 대출에도 불이익을 받습니다. 호주의 경우에는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승무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하면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을 내립니다.

■ 24시간 핫라인 구축…꾸준한 훈련으로 승객 지킨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1월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법 행위를 총괄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경찰 출신 전문가 및 객실안전·여객운송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인력들이 ‘기내 준법 지원 프로그램(IDRP·In-flight Disturbance Response Progr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위성 전화 연결로 24시간 핫라인을 구축, 기내 난동 행위 현장에서 전문적이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정기 훈련을 받는 사진.
대한항공은 자체 프로그램과 정기 훈련을 통해 기내 보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기내 난동과 현장 대응 절차 교육’도 진행 중입니다. 실제 발생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를 통해 안내, 경고, 체포 고지, 장비 사용, 경찰 인계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롤 플레이 형식으로 훈련합니다.

올해 2월에는 기내에서 심각하고 긴급한 사안이 생겼을 때 보다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전 기종 조종실에 기내 난동 대응 전담 핫라인도 설치했습니다. 객실승무원 대상 직급 및 직책별 단계별 교육, 연 1회 정기 안전 훈련 등도 진행하며 대한항공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 운항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내 난동 행위를 벌인 승객을 처벌하는 것이 항공사의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기내 질서를 회복해 승객 모두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항공 안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시는 승객들의 협조도 필요하겠죠.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을 위해 대한항공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