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항공상식Q&A] 비행기에 탔다가 출발 전에 내려도 되나요?
2023.11.23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Q :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이륙하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제 옆자리 승객이 승무원을 부르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는데 “비행기 티켓이 너무 비싸다”며 항공권을 환불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승무원들이 말려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화를 내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이 사람 한 명 때문에 제 여행 일정까지 차질을 빚게 됐어요. 그냥 내려달라는 대로 내려주고 출발하면 안 되는 건가요?

Q :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제 휴대전화를 공항 라운지 의자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달았어요. 휴대전화에 여행 사진이랑 소중한 개인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꼭 찾아야 하거든요. 다른 분들이 이미 다 탑승했긴 한데, 저만 살짝 비행기에서 내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요?

기차나 버스를 타면 승객이 내리고 싶은 정거장에서 내릴 수 있지만, 비행기에서는 어떨까요? 아직 이륙하기 전이면 승객 마음대로 내릴 수 있을까요? 안전이 최우선 가치인 항공기 운항은 승객이 내릴 때도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자발적 하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 자발적 하기란?

‘자발적 하기’는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이 본인의 의사로 비행을 거부하고 항공기에서 내리는 것을 뜻합니다. 항공기에 탑승한 직후나 항공기가 출입문을 닫고 활주로로 이동하는 중간에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공황장애·폐소공포증 등 승객의 건강상 문제로 비행기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하거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변고 소식을 접한 경우, 지갑 등 물품을 잃어버려 하기를 요청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사생팬 일부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가 이륙 전 내려달라고 해 항공사가 위약금 규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공항 여객기 탑승구 자료사진
여객기 탑승구 자료사진

■ 비행기에 탔다가 내리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행기를 일단 탔다면 마음대로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항공보안법은 시행규칙에 ‘항공기 이륙 전 항공기에서 내리는 탑승객 발생 시 처리절차’를 각 항공사가 만들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부 국가항공보안계획에 따르면 항공사는 항공기가 출발하기 전 승객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내린 경우 관계기관과 협조해 승객이 내린 사유를 파악하고 적절한 보안 조치를 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여기에 근거한 자체보안계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승객이 자발적 하기를 요청하면 우선 승무원들이 다른 승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향후 절차를 안내합니다. 승객이 경찰이나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여객기 전체를 다시 보안 검색해야 한다는 사실 등입니다. 그럼에도 승객이 끝내 내리겠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내 공항 출발 기준입니다.

1. 항공사는 자발적 하기 승객 발생 즉시 공항상황실에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이후 공항상황실은 관제탑과 관계기관에 연락해 해당 항공기 운항 중지를 요청합니다. 만약 항공기가 계류장(램프)에서 이동하고 있었다면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야 합니다.

2. 공항테러대책협의회의 보안위협 평가에 따라 해당 항공기는 기내 전면 재검색 등 필요한 보안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항공기에서 모든 승객이 내려야 하며, 승객들의 휴대수하물과 위탁수하물도 모두 하기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상황에 따라 엄격한 기내 보안 점검을 실시합니다. 자발적 하기를 요청한 승객은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모든 승객들은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됩니다.

3. 보안 조치를 마친 항공사는 공항상황실에 이상 유무를 보고해야 합니다. 공항상황실은 처리 결과를 관제 기관에 통보합니다. 공항테러대책협의회가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운항 재개 여부 등 최종 결정을 내려야 다시 이륙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공항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지침을 따릅니다. 관련 절차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현지 공항 내 보안담당기관에 통보한 뒤 협의에 따라 보안 절차를 결정합니다.

이렇게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자발적 하기 자체가 심각한 항공 보안 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항공기 특성과도 관련이 있죠. 만약의 가능성에도 면밀히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하기 승객 뿐만 아니라 다른 승객들까지 복잡한 보안 절차를 거치는 겁니다.

자발적 하기 승객이 발생하면 유사시에 대비해 기내를 모두 비우고 전면 보안 검색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텅 빈 오버헤드빈 자료사진
자발적 하기 승객이 발생하면 유사시에 대비해 기내를 모두 비우고 전면 보안 검색을 진행해야 합니다.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적어도 1시간에서 2시간 가량이 걸립니다. 당연히 항공기 출발과 도착 시간이 지연되겠죠. 최악의 경우 환승해야 하는 승객이 다음 연결편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 때문에 승객 수십~수백 명이 짐을 들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도 벌어집니다. 다른 승객들에게 끼치는 유무형의 피해가 큰 것이죠.

항공사도 피해를 봅니다. 항공기 운항이 지체된만큼 급유를 추가로 해야 하고 지상 조업 비용도 추가되는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탑승교와 연결돼 있는 항공기 자료사진
다른 승객들을 배려해 자발적 하기는 가급적 삼가야 합니다.

■ 순간의 판단으로 막대한 피해…함께 탑승한 모두를 위한 배려 필요

단, 승객이 하기해야 하는 이유 중 승객의 의도가 없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는 상황에선 모든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는 절차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탑승권 교부, 예약 초과로 인한 좌석 부족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자발적 하기 요청을 삼가야겠죠. 자신의 부주의나 순간의 심경 변화로 수백 명의 다른 승객 및 관계기관의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스스로 몸과 마음 상태를 잘 확인한 뒤 기내에 오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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