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델타 변이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더욱 갑갑해져만 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한 때 일상의 활력소였던 여행은 우리 품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항공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목적지 없이 공항을 출발해서 다시 출발했던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여행에 대한 이와 같은 근원적인 목마름 때문에 정부와 항공업계, 여행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나름대로의 활로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이 당분간 어렵다는 인식 아래 추진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입니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온 개념으로,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을 만들어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보다 자유롭게 허용하는 협약을 말하는데요.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당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됩니다.
지난 7월 24일 트래블 버블 적용 관광객 6명이 인천발 사이판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습니다. 앞서 6월 30일 대한민국과 사이판 간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은 후 첫 적용 여행객인데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단체여행객에게만 적용되고 현지 이동에서의 한계가 있긴 합니다만,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멉니다. 해외여행, 항공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쏟아야 할 노력과 시간, 비용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트래블 버블이 적용되는 지역을 여행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코로나19 음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PCR 검사만 5차례를 받아야 합니다. 현지로 출국하기 전 검사, 현지 도착 후 검사, 국내에 다시 입국한 후 검사, 능동적 감시를 위한 2차례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출국 전 유효한 PCR 검사 결과와 영문 음성 확인서를 발급하는데만해도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해외 일부 국가의경우 도착 후 받는 PCR 검사와 비용은 이보다 더 비싼 곳도 많다고 하네요.
이와 같은 비용 문제 때문에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는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이하 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는 최근 여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 응답자의 86%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70%의 응답자들은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여행의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IATA는 비용이 많이 드는 PCR 검사 대신,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항원검사 결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항원검사를 PCR 검사의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완화 등의 ‘백신 인센티브’를 충분히 줄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워지고 대신 위드(With)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할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종 증명서의 통일성을 제고해야 하는 숙제가 남습니다. 현재 전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코로나19 음성 증명서 등의 양식은 들쭉날쭉입니다. 종이로 된 증명서라는 점에서 조작할 가능성도 없지 않고, 훼손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문제가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 증명서 도입에 전 세계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잠시나마 수요 회복세를 꿈꿨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금 하릴없는 기다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해외여행, 항공여행을 꿈꾸시던 많은 분들의 실망감도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해답을 찾을 것입니다. 여행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힘을 차곡차곡 쌓아주었던, 우리를 한층 자유롭게 해주었던 여행이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다시 안전하게 여행할 날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