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수다를 떨던 빈 강의실, 늦가을 노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떨어져 있던 캠퍼스 둘레길, 별이 보이는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내던 도서관, 학과 건물들 사이에 서 있던 예술 조형물.
대학 캠퍼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은 대학생이기에 가능했고, 대학생이었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대학 캠퍼스는 학문을 갈고 닦는 교육기관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의 낭만이자, 다른 이에게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기회의 장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 뿐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특히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각각의 역사, 전통을 간직한 캠퍼스라면 꼭 시간을 내서라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와 전통,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캠퍼스를 보유한 세계의 대학 10곳을 2회에 나눠 소개합니다. 알고 보면 좋은 정보들도 확인해보세요!
1. 하이델베르크 대학교_ 독일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하이델베르크는 네카어 강(Neckar River)을 따라 펼쳐진 로맨틱한 도시입니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지와 언덕 위의 하이델베르크 성(Heidelberg Castle),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알테 브뤼케(Alte Brücke/ Old Bridge/ Karl Theodor Bridge)가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을 자아내는 이 아름다운 도시 심장부에 하이델베르크 대학교(Heidelberg University)가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는 1386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프레히트 1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낭만적인 캠퍼스 풍경으로 유명하죠.
괴테와 헤겔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철학자의 길(Philosopher’s Walk)을 따라 걷다 보면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대학 광장(Universitätsplatz)이 나옵니다. 구 대학 건물(Alte Universität)은 18세기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현재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도서관은 1386년에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도서관 중 하나로, 30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는 세 개의 캠퍼스로 나뉘어 있는데, 각 캠퍼스는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메인인 구시가지(Altstadt) 캠퍼스는 대학 도서관, 총장실, 18세기에 건축된 구대학 건물(Old University building) 등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로 인문학, 사회과학 학과들이 위치해 있고 일부 행정 사무실도 있습니다.
네카어 강 건너편에 있는 노이엔하이머 펠트(Neuenheimer Feld) 캠퍼스에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과대학과 같은 자연과학 학과 시설들이 있으며, 의대 연구소와 실험실, 대학병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구시가지 캠퍼스와 대조적으로 현대적인 시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르크하임(Bergheim) 캠퍼스는 베르크 하임 지역에 있는데 주로 사회과학 특히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학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관광으로는 구시가지에 위치한 캠퍼스로 가시는 게 좋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는 재미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학생 감옥(Student Prison, Studentenkarzer)’입니다. 1778년부터 1914년까지 운영되었으며, 수업 시간에 소란을 피우거나 장난을 친 학생들을 벌 주던 곳이었습니다. 수감된 학생들이라도 수업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던 규칙이 있었다고 하네요. 당시 학생들이 남긴 낙서와 그림들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현재는 관광 명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www.uni-heidelberg.de
2. 볼로냐 대학교_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는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포르티코(Portico, 회랑)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주의 중심 도시입니다. ‘붉은 도시(Red City)’라는 별명을 가진 볼로냐는 테라코타색 건물들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시장, 세계적인 요리들로 넘쳐나는 미식가들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도시가 가장 유명한 이유는 바로 볼로냐 대학교(Università di Bologna) 때문입니다.
1088년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교는 ‘학문의 어머니(Alma Mater Studiorum)’라 불립니다. 모든 학문은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볼로냐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코페르니쿠스나 단테가 걸어다니던 좁은 거리와 아케이드로 둘러싸여 중세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대학의 본관인 포지 박물관(Museo di Palazzo Poggi)은 16세기 포지 가문이 리모델링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일종의 과학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물리, 수학, 기계 장치 등 당대 의미있는 유물들을 보유하고 있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사용한 다양한 실험 장치와 관측 도구들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갈릴레오가 직접 제작하고 개선한 망원경은 목성의 위성, 금성의 위상 변화, 달의 표면, 태양 흑점 등을 관찰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는 근거를 마련한 과학사에 의미있는 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갈릴레오가 발견한 천체의 구조와 운동에 대한 자료들을 모형 형태로 전시하고 있어서 그의 위대한 업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볼로냐 대학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해부학실(Anatomical Theatre)은 17세기에 만들어진 목조 구조물입니다. 중세 의학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당시의 최첨단 의학 교육 현장을 엿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해부학실에 얽힌 비밀도 흥미롭습니다. 교회가 인체 해부를 금지했던 시절, 의학 교육을 위해 시신을 몰래 반입하는 비밀 통로가 있었다고 합니다.
볼로냐 대학교는 유럽 여성 교육 역사와도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1732년 라우라 바시(Laura Bassi)는 이 곳에서 유럽 최초로 여성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유럽 최초의 여성 물리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웹사이트: www.unibo.it
3. 살라망카 대학교_ 스페인
1218년에 설립된 살라망카 대학교(University of Salamanca)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대학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죠. 스페인 황금시대의 중심지였으며, 현재도 스페인어 교육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대학입니다. 참고로 살라망카(Salamanca)는 스페인 카스티야이레온 지방의 도시로 황금빛 사암 건축물로 가득해 ‘황금 도시(Golden City)’라 불립니다. 플라테레스크 양식의 건축물과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요르 광장(Plaza Mayor)으로 유명합니다.
대학의 정문인 ‘프로그의 문(Puerta de las Ranas, Frog of Salamanca)’은 플라테레스크 양식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정교한 조각이 유명하고, 특히 해골 위에 개구리가 앉아있는 조각을 찾는 것이 학생들 사이의 전통입니다.
대학교 건물들과 붙어있다고 할 정도로 바로 옆에 있는 살라망카 신대성당의 북문 입구에는 우주인 조각상이 있습니다. 16세기에 지어진 파사드의 우주인 조각상은 1992년 건물 복원 작업때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살라망카에는 각 시대의 특징을 건물에 새겨넣는 전통이 있어서 우주 시대를 상징하는 우주인이 고풍스러운 건물에 자리잡게 된 것이죠.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동물 형상도 있다고 하니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에스쿠엘라스 마요레스(Escuelas Mayores) 건물은 15세기에 지어진 살라망카 대학의 상징입니다. 현재 역사 도서관과 강의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은 483년의 역사를 자라앟며, 중세와 근대 초기의 귀중한 문헌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www.usal.es
4.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_ 아일랜드
문학과 음악, 위스키와 기네스 맥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 도시 중심에는 1592년 엘리자베스 1세의 칙허로 설립된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 Dublin)가 있습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18세기 클래식한 조지언 양식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1853년에 완공된 종합(Campanile)이 대학의 상징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대학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65m 길이의 롱 룸 도서관(Long Room Library)이 있습니다. 1732년에 지어진 롱 룸 도서관에는 9세기 복음서인 ‘켈스의 책’을 비롯해 20만 권이 넘는 고서들이 보관되어 있으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입니다. 여기에 특별한 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브라이언 보루의 하프(Brian Boru’s Harp)’라고 불리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하프입니다. 이 하프는 아일랜드의 상징이 되어 현재 유로화 동전에도 새겨져 있답니다.
또한 롱 룸 도서관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발행되는 모든 출판물의 무료 납본 도서관으로 지정되어 있어 매년 수만 권의 책이 자동으로 수집된다고 합니다.
웹사이트: www.tcd.ie
5. 시드니 대학교_ 호주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는 1850년에 설립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입니다.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와 가까워서 시드니를 여행한다면 꼭 들르는 명소라 할 수 있습니다. 7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호주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총리를 배출한 대학이기도 합니다.
캠퍼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쿼드랭글 시계탑(Quadrangle Clocktower)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1854년에서 1862년 사이에 지어졌는데 호주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대학교의 쿼드랭글 시계탑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시계탑의 동쪽 면이 서쪽 면보다 약간 작게 만들어졌는데, 이는 멀리서 볼 때 완벽한 정사각형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건축가의 영리한 설계라고 합니다.
그레이트 홀(Great Hall)은 빅토리아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예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목조 천장이 유명하며 현재도 주요 행사와 졸업식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캠퍼스 곳곳에는 자카란다(Jacaranda)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10월이면 보라색 꽃으로 캠퍼스 전체가 물들어 ‘자카란다 시즌’이라는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웹사이트: www.sydney.edu.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