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삶을 품은 공간] 댄싱 하우스
2019.09.25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그들은 여전히 춤추고 있다_ 체코 프라하, 댄싱 하우스

1996년부터 춤을 추고 있는 댄싱 하우스
1996년부터 춤을 추고 있는 댄싱 하우스. 한 쌍의 댄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함께 춤추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라하(Praha)의 블타바강을 따라 걷다 보면 굽이치듯 휘어진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과 마주친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건축가 블라도 밀루니치(Vlado Milunić)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만든 프라하의 대표적 현대 건축물 중 하나인 댄싱 하우스(Dancing House)다.
미국인 댄서이자 배우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와 진저 로저스(Ginger Rogers)가 함께 춤추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댄싱 하우스는 과거 ‘프레드와 진저(Fred and Ginger)’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대대적 프로젝트의 시작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미국은 독일 드레스덴에 이어 체코 프라하를 폭격했다. 댄싱 하우스는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주택이 있던 자리에 건설됐다.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과 그의 가족의 소유였던 주택과 주변 커뮤니티는 폭격 이후 부서진 채로 오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1986년, 체코의 유명한 건축가인 블라도 밀루니치는 바츨라프 하벨과 함께 파괴 현장을 되살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프라하라는 도시가 품고 지켜온 전통과 거리가 있다 해 논란이 일기도 했던 댄싱 하우스는 현재 프라하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랜드마크
프라하라는 도시가 품고 지켜온 전통과 거리가 있다 해 논란이 일기도 했던 댄싱 하우스는 현재 프라하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랜드마크이자, 항공기와 공업 디자인에 사용되는 카티아(CATIA)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첫 번째 건축물로서 건축 디자인의 혁신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젝트 구상 당시엔 인지도가 낮았던 바츨라프 하벨은 몇 년 후 벨벳 혁명을 계기로 지도자로서 인기를 얻었고, 후에 체코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블라도 밀루니치는 리드 디자이너로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건축가를 찾아 나섰고, 프랭크 게리가 초대에 응했다.

항공기와 공업 디자인에 사용되는 카티아(CATIA)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첫 번째 건축물로서 건축 디자인의 혁신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두 사람의 설계로 1996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댄싱 하우스는 현재까지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프라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엔 프랭크 게리가 붙인 ‘프레드와 진저’라는 별칭이 더 익숙했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치 한 쌍의 댄서가 춤추는 듯한 외관은 여전히 블타바강을 산책하는 프라하 시민과 아름다운 도시를 찾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논란을 넘어 또 하나의 혁신으로

댄싱 하우스의 전통을 탈피한 새로운 디자인은 프라하의 바로크·고딕·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 사이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뽐낸다. 초기엔 프라하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은 댄싱 하우스가 프라하 예술 문화 커뮤니티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블타바강과 어우러지며 야경의 성지 프라하에 또 하나의 낭만을 더하고 있는 댄싱 하우스는 건물 안 조명이 켜지는 밤에 더 역동적으로 변한다.
블타바강과 어우러지며 야경의 성지 프라하에 또 하나의 낭만을 더하고 있는 댄싱 하우스는 건물 안 조명이 켜지는 밤에 더 역동적으로 변한다.

‘탈구축주의 양식’으로 지은 댄싱 하우스는 기존 원근법을 벗어나 혼란을 가져온다. 갖가지 모양과 사이즈를 지닌 콘크리트 패널 99개가 곡선으로 구불구불 흐르는 모양을 연출하는 댄싱 하우스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바로 곡선 기둥이 지지하는 유리 탑과 강과의 평행을 이루며 정렬되지 않은 창문이다. 돌로 이뤄진 탑은 프레드 아스테어를, 유리로 이뤄진 탑은 진저 로저스를 상징한다.

건물 꼭대기에는 '메리'라는 별명의 조형물이, 입구에도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건물 꼭대기에는 ‘메리’라는 별명의 조형물이, 입구에도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건축물의 외형이 비대칭이므로 내부 디자인에 영향을 줘 각 층의 레이아웃도 사뭇 다르다. 또 건물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공간 활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박에서 사용하는 요소를 끌어와 디자인됐고 여기에 상업 구역, 사무실, 바, 갤러리, 콘퍼런스 센터, 호텔 등이 자리 잡았다. 이렇게 멋진 공간이지만, 입장료는 없으며, 바를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테라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여러 공간 중에서도 2016년 댄싱 하우스의 2개 층을 개조해 만든 호텔이 독특한 건축물 내부를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프라하뿐 아니라 체코를 대표하는 포스트모던 건축물 중 하나로 체코인의 사랑을 받는 이곳, 1997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디자인 콘테스트 수상작이자 역사적 의의가 큰 현대 건축물, 댄싱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꽤 근사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글_ 백아영
한국과 영국에서 한국화와 현대미술사를 공부한 프리랜스 작가. 현재 매거진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문화와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프라하 주 7회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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