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멋진 꿈을 꾸는, 작지만 큰 나라
2020.01.08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예술 그리고 도시] 싱가포르 비엔날레

멋진 꿈을 꾸는 작지만 큰 나라_ 싱가포르

'클린 앤 그린'이라는 싱가포르의 정책과 어울리는 녹색의 시내 전경.
‘클린 앤 그린’이라는 싱가포르의 정책과 어울리는 녹색의 시내 전경. 가까이 보이는 곳은 수만 그루의 식물을 보유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다.

더 나은 세상으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방법, 싱가포르 비엔날레

작은 거인.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하는 존재를 두고 종종 이런 표현을 쓴다. 이는 싱가포르(Singapore)의 행보와도 어울리는 수식어다. 전체 면적이 서울과 견줄 만큼 작지만 경제 규모는 세계적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도시 발전 정책의 모범 사례로 늘 손꼽힌다.

멸종 혹은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르엉싹 아누왓위몬(Ruangsak Anuwatwimon)의 '환생(Reincarnations)' 시리즈 중 싱가포르의 고유종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길먼 배럭스에 전시.
멸종 혹은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르엉싹 아누왓위몬(Ruangsak Anuwatwimon)의 ‘환생(Reincarnations)’ 시리즈 중 싱가포르의 고유종에 대해 다룬 작품이다. 길먼 배럭스에 전시.

싱가포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5년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자 ‘클린 앤 그린(Clean & Green)’ 정책을 도입하고 조경과 도시계획에 막대한 예산을 쏟았다. 까마득히 높은 마천루를 세워 올리면 마치 세금을 내듯이 주변에 풀과 나무를 심었다. ‘살기 좋은 환경’이 돼야 나라가 강해질 것이라는 신념에 기인한 행보다.

샤론 친(Sharon Chin)의 '호랑이의 피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기념비(In the Skin of a Tiger: Monument to What We Wang(Tugu Kita)와 하이파 수베이(Haifa Subay)의 '전쟁과 인간(War and Humans)'.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전시.
샤론 친(Sharon Chin)의 ‘호랑이의 피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기념비(In the Skin of a Tiger: Monument to What We Wang(Tugu Kita)와 하이파 수베이(Haifa Subay)의 ‘전쟁과 인간(War and Humans)’.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전시.

살기 좋은 환경, 진정한 발전을 위한 고민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싱가포르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제6회 싱가포르 비엔날레’의 주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든 단계(Every Step in the Right Direction)’다. 혹여 정부 주관 행사가 아니냐는 오해는 금물.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고안한 주제이자, 예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고픈 바람을 담은 메시지다.

젠 리우(Jen Liu)의 작품 '핑크 슬라인 시저 시프트: 골드 에디션(Pink Slime Caesar Shift: Gold Edition)'은 금의 가치와 본질을 탐구한다.
젠 리우(Jen Liu)의 작품 ‘핑크 슬라임 시저 시프트: 골드 에디션(Pink Slime Caesar Shift: Gold Edition)’은 금의 가치와 본질을 탐구한다. 아시아 문명 박물관(Asian Civilisations Museum) 전시.

싱가포르 비엔날레는 2006년 처음 열렸다. 현대미술 작품이 도시 곳곳, 미술관부터 사원까지 그야말로 ‘곳곳’에 전시됐다. 작품 관람객들은 미술을 찾아왔다가 싱가포르의 전통과 역사까지 맛보았고, 관광객들은 명소를 찾아왔다가 현대미술의 면면을 감상하는 일거양득을 누렸다. 이러한 영리함은 싱가포르 비엔날레의 특징이기도 하다.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과 황 신 치엔(Hsin-Chien Huang)의 '라 카메라 인사비아타(La camera insabbiata(The Chalkroom)'은 201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VR 체험상을 받은 작품으로, 관객은 칠판으로 만든 가상 세계로 들어와 자유롭게 단어, 그림, 기호, 소리, 추억을 탐색한다.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과 황 신 치엔(Hsin-Chien Huang)의 ‘라 카메라 인사비아타(La camera insabbiata(The Chalkroom)’은 201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VR 체험상을 받은 작품으로, 관객은 칠판으로 만든 가상 세계로 들어와 자유롭게 단어, 그림, 기호, 소리, 추억을 탐색한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전시.

싱가포르 비엔날레는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예술을 통한 발전과 변화를 꿈꾼다. 특히 이번에는 예술가들이 세상의 가능성을 엿보고 발굴해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그야말로 ‘판을 깔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최측은 ‘예술적 탐사 행위를 통해 우리 주변 세상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일을 하도록 초대’한다며 세계에 초대장을 건넨다.

나빌라 노르딘(Nabilah Nordin)의 '모든 방향의 장애물(An Obstacle in Every Direction)'. 길먼 배럭스 전시.
나빌라 노르딘(Nabilah Nordin)의 ‘모든 방향의 장애물(An Obstacle in Every Direction)’. 길먼 배럭스 전시.

어떤 작품은 세상의 희망을 조명하고, 어떤 작품은 어두운 면을 들춰낸다. 하지만 비난과 비판 대신 우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안하며 한발 더 나아간다. ‘Every Step in the Right Direction’이라는 슬로건 그대로.

비엔날레 작품 따라 도시 투어

전 세계 70여 팀의 예술가가 참가한 이번 비엔날레는 박물관부터 대학 갤러리까지 곳곳에서 개최된다.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이곳에서는 훌륭한 도시 투어가 된다.

싱가포르의 상징과도 같은 화려한 도시 야경
싱가포르의 상징과도 같은 화려한 도시 야경. 앞쪽에 두리안을 닮은 두 개의 건물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이다.

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장 중 하나인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National Gallery Singapore)는 전시 기간이 아닐 때도 많은 관광객이 찾았던 싱가포르의 명소다. 미술관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대법원과 시청으로 사용됐다. ‘건물 하이라이트 투어’를 신청하면 싱가포르 역사에서 분수령이 됐던 순간에 이 건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유리 캐노피와 정교하게 디자인된 구조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역사를 담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역사를 담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역시 비엔날레 전시장 중 하나인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는 특히 공연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꼭 가봐야 할 장소다. 밖에서 보면 둥그런 천장에 뾰족뾰족 요철이 솟은 모양이 꼭 열대 과일 두리안을 닮았다. 그래서 별명도 ‘두리안’이다. 이곳에서는 전통 클래식 연주부터 연극, 뮤지컬, 댄스까지 다양한 문화와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 펼쳐지며, 쇼핑과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비엔날레 전시장인 싱가포르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ingapore). 흰색 외벽은 조명쇼나 매년 열리는 나이트 페스티벌(Night Festival)의 멋진 캔버스가 되어 주기도 한다.
비엔날레 전시장인 싱가포르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ingapore). 흰색 외벽은 조명쇼나 매년 열리는 나이트 페스티벌(Night Festival)의 멋진 캔버스가 되어 주기도 한다.
비엔날레 전시장인 싱가포르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Singapore). 흰색 외벽은 조명쇼나 매년 열리는 나이트 페스티벌(Night Festival)의 멋진 캔버스가 되어 주기도 한다.

한편, 싱가포르 비엔날레 주최 측은 ‘아트 트레일(Art Trails)’이라는 60분, 70분, 80분짜리 투어 코스를 만들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아트 트레일만 취향 따라 잘 골라도, 도시 투어와 함께 여러 작품을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터. 싱가포르 방문 계획이 있다면 꼭, 비엔날레 홈페이지부터 샅샅이 살펴보자.
주말에는 영국군의 막사로 쓰였다가 갤러리로 탈바꿈한 길먼 배럭스(Gillman Barracks)와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를 잇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니 이를 잘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Tip

제6회 싱가포르 비엔날레는 2020년 3월 22일까지 싱가포르 곳곳에서 열린다. 전시 장소와 행사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 몹시 친절하게 안내돼 있다. 특히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PDF 파일(‘visit’ 메뉴 ‘Downloadable Guides’ 섹션)을 꼭 다운로드해 이용할 것!
ㅇ 공식 홈페이지_ www.singaporebiennale.org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을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지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싱가포르_ 매일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