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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했던 사진 사랑’…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 故 조양호 회장
2022.06.08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사진2-추모사진전

지난 2019년 4월 세상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평생 동경하며 사랑했던 하늘로의 영원한 비행을 떠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생전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6월 7일(화) 서울시 중구 서소문 소재 대한항공 빌딩 내 일우 스페이스에서 조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故 일우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이 열린 것.

생전 조 선대회장의 사진 사랑은 각별했다.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한 손에 들려 있었던 사진기는 조 선대회장이 사진을 하나의 취미활동이자 일로 바라보고 언제나 함께 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조 선대회장은 카메라 앵글을 바꾸면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고 믿었다. 관점을 변화로 기업의 혁신을 추구하는 ‘앵글경영론’이 그의 대표적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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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동반자, 카메라… 전문 사진작가 이상의 안목과 실력 갖춰

“길 위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을 카메라가 담는 순간 무심한 자연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보석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조 선대회장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부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것이 계기다. 조 선대회장은 부친과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부친이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진 촬영에 대한 꿈을 키웠다. 조 선대회장은 “부친이 선물해주신 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여행하며 렌즈 속에 담아왔던 추억들이 아직도 가슴속에 선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선대회장은 바쁜 업무 속에서도 틈틈이 사진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외 사진 전문 잡지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스크랩해 두었다가 작품 활동에 참고하기도 했다. 사진 전문가와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서로 의논을 하며 미진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외 출장을 떠나는 조 선대회장의 손에는 반드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길을 나설 때면 항상 카메라를 챙겼다. 바쁜 해외 출장 중에도 차장 밖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워 촬영을 하는 열정도 보였다.

조 선대회장의 각별했던 사진 사랑은 ‘흥미로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2009년 10월 당시 세르비아 우리나라의 평창은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유럽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독일의 뮌헨, 프랑스의 안시가 치열하게 3자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결전의 프리젠테이션 전날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었던 조 선대회장이 평소대로 주변의 풍광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외출을 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경쟁국 유치 위원들은 저마다 “평창 유치단은 이번 경쟁에서 여유가 있나 보다”며 웅성거렸다. 프리젠테이션을 목전에 두고 머리를 맞대며 고심하던 경쟁국 위원들에게 조 선대회장의 여유로움은 부러움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 사진은 취미인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하는 업무의 연장선이기도

카메라와 함께하는 조 선대회장의 여행은 업무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특히 조 선대회장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미 취항지를 중심으로 해외의 많은 곳을 찾아 여행에 적합한 곳인지, 또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만한 곳인지를 직접 확인했다. 

조 선대회장은 2002년 10월 중국 양쯔강을 탐험하면서 쌴샤댐과 거대한 양쯔강 물줄기, 주변의 도시들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회했다. 2002년 당시는 대한항공이 지난, 옌타이, 샤먼 등 중국 대륙에 공격적인 진출이 이뤄지는 시기였다. 조 선대회장은 당시 양쯔강에서 중국의 잠재력을 보았고, 어떤 방법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할지도 깨달았다. 

조 선대회장은 새로운 여행지를 좋아했다. 마음에 든다고 해서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보다는 안 가본 곳,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 그래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나 터키의 이스탄불, 중국의 황산 등은 여행을 통해 그 시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항공노선으로 개발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조 선대회장은 자신의 사진이 자신만의 것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외국 기업 CEO, 주한외교 사절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해왔다. 조 선대회장이 캘린더를 선물한 것은 평범한 눈으로 바라본 풍경 사진 한 장이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조 선대회장은 2011년 달력 첫 장에 “요즘 손자들을 보며 세상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선친이 내 아들과 그랬듯이 나도 손자들과 함께 세상 구경 나설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진정 알게 되겠지요”라고 적었다. 사진에 담긴 조 선대회장의 진심이 잘 담겨 있는 문구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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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집까지 출간한 사진전문가… ‘일우사진상’과 ‘일우스페이스’ 통한 상생도 이어와

조 선대회장은 2009년 국내 및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 중 대표작 124점과 이에 대한 해설을 260여 페이지에 담아낸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사진집에는 하늘에서 지상의 풍경을 담아낸 다양한 사진을 비롯해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 창공을 날아가는 새, 광활한 대지에 뻗은 길 등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 빼곡히 수록돼 있다.

특히 스위스 출장 중 알프스의 이국적인 겨울 풍경을 담아낸 ‘제네바에서 체르마트를 가는 길’을 비롯해 이집트 지혜와 미의 여신인 이니스를 모시는 아스완 필래(Philae) 신전의 회랑의 모습을 찍은 사진, 중앙아시아 위대한 정복자였던 티무르 왕조의 영묘인 누르 에미르의 모습을 광각렌즈로 담아낸 사진, 세계적인 화가 르누아르가 마지막 생애를 살았던 집 정원의 올리브 나무 숲을 평화로운 모습을 렌즈로 담아낸 작품에서는 사진에 대한 조 선대회장의 열정과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조 선대회장은 2009년 8월 사진에 대해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재목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유망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후원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호를 딴 ‘일우(一宇) 사진상’을 제정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2010년 4월에는 서울 서소문 사옥 1층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전시공간인 ‘일우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이는 다양한 사진 및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서울 도심 속의 문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작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故 일우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