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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타며 차곡차곡 눈에 담는 신의 비경_ 장자제(1)
2019.09.27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산수화, 톈쯔산 ~ 위안자제

무협 소설 속 무림 고수가 하늘을 가르며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장자제의 풍광은 신비 그 자체다.
무협 소설 속 무림 고수가 하늘을 가르며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장자제의 풍광은 신비 그 자체다.

중국 후난성 서북부, 야구 방망이처럼 뾰족하게 치솟은 봉우리가 3,100여 개. 망치로 내리치면 부서질 듯 부드러운 질감에 봉우리마다 사철 푸른 소나무가 자라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져 광활한 산지를 가득 채운 봉우리 어딘가에 무림의 고수가 은둔하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나라의 어느 산과도 닮지 않았지만 왠지 친근한, 동양의 신비를 담아낸 산수화 같은 이곳은 바로 장자제(장가계)다.

장자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의 자연이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후 매년 장자제를 찾는 관광객의 30%가 한국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봉우리 대부분이 수직 절리로 날카로워 자유롭게 올라갈 수도 없는데 왜 그렇게 인기일까?

장자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을 큰 힘 들이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장자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을 큰 힘 들이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장자제는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까지 편안하게 올라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봉우리를 지그시 굽어볼 수 있다. 힘들게 산을 등정하는 것이 아니라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을 힘만 있으면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다 보니 남녀노소 누구나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기이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알려지며 요즘은 중국인들도 장자제 사랑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하루 평균 2만여 명이 입장해 어느덧 장자제는 ‘중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명소’로 발돋움했다.

산이 된 바다를 내려다보다, 톈쯔산

가장 먼저 개발돼 장자제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장자제 삼림 공원과 쒀시위(삭계욕) 자연 보호구, 톈쯔산(천자산) 풍경구가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곰살갑게 다가와 여행자의 마음을 홀린다. 하이라이트는 톈쯔산 풍경구와 장자제 삼림 공원이다.

여행자들은 먼저 톈쯔산에 오른다. 톈쯔산은 장자제에서 가장 높고 가장 많은 봉우리가 밀집해있다. 전망대까지 3,500개의 계단이 이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만에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수억 년 전엔 바다 밑 땅이었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필봉의 반대편,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것 같다 해 이름 부텨진 선녀산화(선녀헌화라고도 함)와 관교대에서 바라본 천하제일교
어필봉의 반대편,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것 같다 해 이름 부텨진 선녀산화(선녀헌화라고도 함)와 관교대에서 바라본 천하제일교. 톈쯔산과 위안자제는 맞닿아 있기 때문에 톈쯔산에서 바라보는 위안자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 중 하나다.

장자제는 바닷속 사암 지대가 기나긴 세월 동안 바닷물에 깎이다가 지각 변동으로 육지가 됐다. 지상으로 돌출된 부분이 또다시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깎이고 깎여 지금의 수직 절리 형태의 봉우리가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높이가 수십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봉우리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톈쯔산은 아주 몽환적이다.
장자제의 공식 명칭은 우링위안 자연 경관 역사 지구, 짧게 우리 말로 읽으면 ‘무릉원’이다. 도원명이 <도화원기>에서 그려낸 상상의 마을, 무릉도원에서 따온 이름처럼 마치 그곳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황제가 사용하던 붓을 던져 만들어졌다는, 믿을 수 없지만 풍경에 압도되어 그럴 수 있겠다 끄덕거리게 되는 전설을 품고 있는 어필봉
황제가 사용하던 붓을 던져 만들어졌다는, 믿을 수 없지만 풍경에 압도되어 그럴 수 있겠다 끄덕거리게 되는 전설을 품고 있는 어필봉

전망대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기이한 봉우리들 사이로 붓을 거꾸로 꽂은 듯한 어필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느다란 봉우리 끝에 가냘픈 소나무가 붓털처럼 자라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전쟁에 패한 황제가 사용하던 붓을 던져 어필봉이 됐다고 한다. 미술 작품마다 제목을 붙이듯, 중국인들은 아름답거나 특이한 봉우리에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영혼을 훔치듯 홀리는 아름다움, 장자제 삼림 공원

장자제 삼림 공원은 면적이 넓어 황스자이(황석채), 진볜시(금편계), 위안자제(원가계)로 나뉜다. 그 중에서 위안자제는 장자제를 여행한 사람들이 장자제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곳이다. 해발 고도는 톈쯔산 전망대보다 200m 정도 낮지만, 3㎞ 남짓한 산책로를 한 시간 정도 걸으며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각각 개성이 다른 봉우리들이 산책로 밑 낭떠러지에 숲을 이루고 있다.

톈쯔산과 맞닿아 있어 버스로 이동해 위안자제에 도착, 화랑을 걷듯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천하제일교가 나타난다. 높이가 300m 정도 되는 두 봉우리의 상부가 서로 연결돼 다리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안자제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리로, 맞붙어 있던 두 봉우리의 하단이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졌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미혼대에서 바라본 위안자제
미혼대에서 바라본 위안자제.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위안자제는 장자제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천하제일교에서 동쪽으로 걸으면 크고 작은 봉우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사람을 홀린다는 미혼대가 나타난다. 미혼대에서 바라보는 위안자제의 풍광은 맑은 날에는 맑은 대로, 안개에 휩싸인 날은 휩싸인 대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다.

영화 <아바타>의 황활한 배경이 장자제, 그 중에서도 위안자제라는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사실
영화 <아바타>의 황활한 배경이 장자제, 그 중에서도 위안자제라는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사실. 특히 건곤주는 할렐루야산의 모티브로 일약 스타 봉우리가 되었다.

천하제일교와 미혼대 사이에는 영화 <아바타>에서 ‘할렐루야산’의 배경이 된 건곤주가 있다. 오랜 세월 무명이었다가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스타가 된 건곤주는 남다르게 굵직한 것이 아주 늠름하다.

인공의 수직 절리라 할 백룡 엘리베이터
진볜시의 삼림과 계곡
인공의 수직 절리라 할 백룡 엘리베이터(위)를 타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하강한 뒤의 두근거림을 다독이는 데는 진볜시의 삼림과 계곡이 제격이다.

이제껏 높은 곳에 올라 발밑에 드넓게 펼쳐진 봉우리 숲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봉우리 숲의 깊이를 가늠해볼 차례. 절벽 밑 지상으로 내려갈 때는 백룡 엘리베이터를 탄다. 335m의 수직 절벽을 단 2분 만에 주파하는 속도라 지상에 발을 내딛으면 고공 낙하를 체험한 듯 어안이 벙벙하다. 백룡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진볜시로 이동한다.

진볜시는 산책로를 따라 성인 키보다 족히 10배는 큰 봉우리들이 가로수처럼 이어진다. 고개가 부러져라 뒤로 젖혀야 봉우리 꼭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계곡물이 흐르고 온갖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 가볍게 걷기 좋다. 삼림욕이란 말이 어울리는 산책을 할 수 있는 진볜시는 장자제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하기 좋은 곳이다.

2편에서 계속…

[취항지 생생 영상] 중국 장자제 영상 보기 – 클릭!

(opens in a new tab)”>걷고 타며 차곡차곡 눈에 담는 신의 비경_ 장자제(2)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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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고승희
<인조이 중국> <지금, 칭다오> <지금, 상하이> 등을 쓰고 중국 여행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장자제_ 주 3회 직항 신규 취항/10월 28일(월)부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